보이지 않는 힘 가진 ‘소리’, 일상에선 어떤 영향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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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파워/미테일러 치호

‘아기상어 뚜 루루 뚜루 귀여운 뚜 루루 뚜루∼’로 시작하는 핑크퐁 아기상어. 관련 ‘아기상어 댄스’ 영상은 최근 조회 수 73억 회를 기록했을 정도다. 한데 이 노래를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반복적으로 틀어주었더니 수감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최근 외신 보도가 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특정 행동’ 유도
세계적 기업들 소리 활용 마케팅 소개

맥도날드의 ‘Ba da Ba Ba Bah, I‘m lovin’ it.’이라는 사운드는 아주 효과적인 브랜딩 전략이 되었다. 이 소리는 언어가 달라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소리의 광고 영향력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이 소리만으로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에 대해 느끼는 인상이 좋아졌다고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소리는 이처럼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매우 민감하게 다가온다. 실제 시각에서 얻은 자극은 뇌에 도달하는 데 20~40밀리초 걸리지만, 청각에서 얻은 자극은 8~10밀리초 걸린다고 한다. 청각으로 얻은 정보에 반응하는 속도가 시각으로 얻은 정보에 반응하는 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청각이 시각보다 우위에 있다는 증거는 반응 속도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청각은 24시간 쉼 없이 정보를 수집한다. 시각처럼 눈을 깜빡이는 일도 없고 눈을 감아 정보를 차단하는 일도 없다. 게다가 머리 좌우에 하나씩 달린 귀는 상하, 좌우, 전후 모든 방향에서 소리를 감시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는 동안에도 소리를 감지하며 위험을 포착했을 때는 잠에서 깨어날 수 있다.

<사운드 파워>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쉽게 무시당하는 소리가 일상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한다. 특히 그냥 들리기만 하면 되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존재로 소리를 재조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접근 방식은 매우 신선하다

소리는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특정 행동을 유도한다. 마트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을 느린 것으로 바꾸면 매출이 32%나 증가하고, 술집에서 빠른 음악을 틀어놓으면 테이블당 주문하는 술이 평균 석 잔 많아지기도 한다. 와인 가게에 클래식을 틀어놓으면 비싼 와인의 구매율이 높아진다. 이게 다가 아니다. 심지어 소리는 인간의 미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행기에서 먹는 기내식이 유독 맛이 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항공기 안의 소리가 단맛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런 사실들을 통해 세계적 기업들이 소리를 어떻게 마케팅과 브랜딩에 접목하고, 폭넓은 비즈니스 전략에 활용하고 있는지도 분석한다. ‘보는 로고’에서 ‘듣는 로고’로 브랜드 전략을 세워 효과를 톡톡히 본 디즈니, 맥도날드, 인텔의 사례가 담겨 있다. 소리의 힘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매우 기쁘다. 미테일러 치호 지음/이정미 옮김/더숲/176쪽/1만 6000원. 정달식 선임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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