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우주의 원리, 반드시 수학으로만 기술돼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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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함정/자비네 호젠펠더

영국 시인 존 키츠는 “진리는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움은 진리”라고 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수학의 함정>은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물리학자들에게 경계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진리는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80~1990년대 이론물리학에서 가장 각광을 받은 이론은 초끈이론이다. 모든 것의 이론, 우주의 모든 현상을 통일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이론의 가장 강력한 후보였다. 17세기 이후 물리학 이론은 점점 더 고등한 수학적 언어로 기술되었는데 초끈이론은 그 절정이라는 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초끈이론의 실험적 근거는 없고, 전문가들이 이게 맞나 라면서 초조해 하는 상태라고 한다. “초끈이론의 문제는 제일 똑똑한 학생들을 아름다운 수학으로 유혹해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원리가 아름다운 수학으로 기술돼야 한다고 믿지만 저자는 이러한 믿음은 근거가 허약하다고 말한다. 우주가 우리의 믿음, 우리의 감정을 존중해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우주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려는 표준모형을 “용케도 꾸며낸 추한 것”이라고 공박한다. 인간은 대자연의 말을 아름다움을 최고로 치는 고도한 수학으로만 받아적고 있다.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 그게 수학의 함정이란다. 자비네 호젠펠더 지음/배지은 옮김/해나무/420쪽/2만 원. 최학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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