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남아 항로 ‘한국형 선사동맹’, 해운산업 재건 초석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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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해운동맹인 ‘K-얼라이언스’가 결성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23일 동남아 항로를 운항하는 SM상선, HMM(옛 현대상선), 장금상선, 팬오션, 흥아라인 등 5개 국적 정기선사가 해운동맹을 구성하기 위해 선사 간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고 한다. ‘얼라이언스’라는 해운동맹은 시대적 흐름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해운업 불황을 동맹을 맺어 합종연횡하며 버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악재를 만난 글로벌 선사들은 얼라이언스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국적선사만으로 구성된 ‘한국형 선사동맹’을 맺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니 더욱 의미가 있다.

과당경쟁 줄이고, 신규항로 개설
포스트코로나 해운시장 선도해야

동남아 항로는 동남아가 중국을 잇는 글로벌 생산기지로 떠오르면서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적선사들은 한국~동남아 노선 정기선 시장의 선복량 가운데 약 40%를 차지하면서 선방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선사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이 항로가 무한경쟁의 격전지로 변하면서 시장점유율이 차츰 감소해 우려스러웠다. K-얼라이언스를 구성하면 국내 선사들의 중복된 운항일정을 조정해 과당경쟁을 줄이고, 신규항로 개설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 또 선복(船腹)을 공유하거나 고효율·저비용의 신조선박 공동발주, 터미널과 같은 해운항만 시설 공동 계약, 컨테이너 장비 공동 사용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운영 효율 제고도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역내 화물을 집하해 미주와 유럽지역 등으로 운송하거나, 반대로 원양항로 화물을 환적해 아시아 역내에 분산 운송하는 협력 체계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역내 외국적 선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글로벌 얼라이언스와 협력관계 구축으로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과거 비슷한 취지로 발족했던 KSP(한국해운연합)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전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시 항로를 자진 철수한 선사들에 대한 지원 부족으로 철수한 항로를 외국 선사가 잠식하는 뼈아픈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최근 화주들은 선박 대란으로 운임이 너무 높아지면서 납기 맞추기도 힘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덕분에 우리 정기선사들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하게 되었다. 잘 키운 국적선사는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붕괴한 해운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그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는 K-얼라이언스의 조기 정착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사의 신규 선박 확보 등을 파격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선사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국형 선사동맹 결성은 해운재건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우리 국적선사들이 단합된 힘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해운시장을 선도할 날이 속히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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