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펭수의 캐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세상 모든 이에게 사랑과 축복을 전하는 크리스마스의 온기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사라졌다.

혼자라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걸까. 올해는 캐럴의 역주행 인기가 유난히 눈에 띈다. 발매된 지 26년이나 지난 머라이어 캐리의 ‘크리스마스에 내가 원하는 건 너뿐이야(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라는 노래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1위에 올랐고, 50년이 된 호세 펠리치아노의 ‘메리 크리스마스(Feliz Navidad)’도 10위를 기록했다. 호세 펠리치아노의 곡이 빌보드 메인 차트 10위권에 들어간 건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외에도 고전 캐럴들이 10위권에 몇 개나 더 올라 있다.

양대 음악 시장으로 꼽히는 영국 메인 차트 역시 머라이어 캐리 곡과 웸의 ‘지난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가 나란히 1, 2위에 올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캐럴 중에 가장 유명한 곡은 아마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일 것 같다. 1818년 오스트리아 작은 마을의 성당에서 발표된 이 노래는 당시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침략해 불안하고 힘든 상황에서 크리스마스만큼은 평화롭고 고요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202살이 된 이 노래가 기원하는 고요한 밤은 코로나로 힘든 2020년 간절하게 요구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시즌송이 많이 사라졌다지만, 올해도 겨울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담은 노래들이 새롭게 나왔다. 그 중 나의 플레이리스트 첫머리를 차지한 곡은 동물음악대의 ‘크리스마스 리턴즈’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스타 펭수가 조직한 프로젝트 그룹으로 펭수와 그룹 지오디의 김태우, 노래 잘하는 배우 박진주가 멤버이다. 여기에 윤상이 작곡자로 참여해 탄생한 이 곡의 가사를 보면 미소가 번진다.

“슬픈 날이면 울어도 선물을 받고 모든 게 제자릴 찾았으면 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이라는 후렴구는 사실 유명한 캐럴 ‘울면 안 돼’에 대한 반박이다. 코로나로 인해 친구도 못 만나고 맛집도 못 가는 현실이 슬픈데 우는 것조차 하지 말라는 건 억지이다. 그래서 이 노래는 슬프면 울고 울어도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위로해 준다.

어른들의 뽀로로, 펭수가 전하는 크리스마스의 노래 선물에 잠깐이라도 힐링되는 시간을 가져 보자.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