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식의 운동'話] 심판 향해 VAR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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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부 차장

축구 영웅 마라도나 별세. 리오넬 메시의 ‘원팀 644골’. 한국 선수 최초 손흥민의 푸스카스상 수상. 그리고 코로나19와 무관중 경기…. 말 그대로 올해 해외 축구계는 다사다난했다. 아름다운 장면도 있었지만 추한 대목도 있었다. 지난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H조 파리 생제르맹(PSG) 대 바샥세히르(터키)의 최종 예선전. 바샥세히르의 선수가 거친 반칙을 당하자 벤치에 있던 카메룬 출신 피에르 웨보 코치가 항의했다. 여기까지는 흔하디흔한 장면. 사달은 심판한테서 벌어졌다.

주심이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루마니아 출신인세바스티안 콜테스쿠 대기심이 웨보를 향해 “검둥이(negro)를 체크하라”고 말했다. 니그로는 대표적인 흑인 비하 표현이다. 바샥세히르의 공격수 뎀바 바도 콜테스쿠에게 “왜 흑인을 검둥이라 하느냐”고 따졌다. 콜테스쿠는 흑인을 뜻하는 루마니아어를 썼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바샥세히르 선수들은 화가 난 상태. 급기야 PSG의 네이마르와 킬리앙 음바페도 해명을 요구했다.

경기 중에 인종 차별 행위가 발생하면 심판이 레드카드로 해당 선수를 내보내면 된다. 하지만 이번엔 심판이 인종 차별 발언을 했기에 퇴장시킬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선수들의 보이콧으로 경기가 중단된 건 축구사에 유례가 없는 장면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EPL)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를 되새기는 캠페인까지 하는 상황에서 심판의 인종 차별 발언은 민망을 넘어 충격이었다. 유럽 축구는 별들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다국적·다인종·다민족 선수들이 뛰는 만큼 인종 차별 문제는 ‘금기 이상의 절대 금기’이다. 흑인 선수가 주 타깃이었지만 최근엔 아시아 출신도 종종 당한다. 손흥민은 ‘DVD나 팔라’는 말을 들었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불법 DVD를 파는 걸 빗대어 조롱하는 경멸어이다. 심판은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다. 해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불문율이 울며 겨자 먹기 식 규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심판도 사람인지라 최근에는 비디오 판독(VAR) 등 첨단 장비를 도입해 오심과 판정 시비를 줄이려고 한다.

선수의 반칙 여부는 VAR로 확인하면 된다. 하나 이번처럼 심판이 ‘문제성 발언’으로 경기를 훼방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앞으로 VAR의 방향을 심판한테도 들이대야 할까? 아니면 터치라인 밖에 CCTV를 설치해 심판진을 감시해야 할까? 심판을 AI 로봇으로 교체해야 할까? ‘심판한테도 경고 카드를 주자’는 축구 팬들의 분노가 마냥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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