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참변’ 이지현 씨 1주기 아무도 책임 안 져 유족들 힘겨운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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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스페인 마드리드 관광청 건물 내에서 고 이지현 씨 1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이성우 씨 제공

속보=스페인 마드리드 관광청 건물 파편에 맞아 숨진 부산 출신 고 이지현 씨(부산일보 지난해 12월 26일 자 2면 등 보도)의 1주기가 지났지만, 책임 규명에 소극적인 스페인 정부와 법원 때문에 유족들은 힘겨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유족은 스페인 정부를 상대로 소송 중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1심 법원 불기소·면소 결정
유족 “추모 동판 요구도 묵살”

지난 20일 스페인 마드리드 관광청 건물에서는 이 씨의 1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추도식에는 박상훈 주 스페인 대사를 비롯해 여러 현지 교민이 참석해 이 씨를 애도했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20일 마드리드 관광청을 지나다 태풍 ‘엘사’의 영향으로 떨어진 석재 파편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이 씨는 스페인 한 의류업체 입사를 꿈꾸며 유학을 마치고 귀국 직전에 참변을 당했다.

이 씨의 아버지 이성우 씨는 이달 초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법원은 이 씨 사망 사건에 대해 불기소와 면소를 결정했다. 법원은 “마드리드 관공서 건물 파편에 이 씨가 숨졌지만,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누구에게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으니 민사 소송으로 피해를 구제받으라는 판단이다.

유족 측은 스페인 법원의 판결에 즉각 반발해 항소했다. 아버지 이 씨는 “분명히 스페인의 국가 기관 건물을 지나다 딸이 숨졌는데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민사소송으로 배상을 받으라는 판사의 말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대응 아니냐”며 울분을 드러냈다.

스페인 정부의 비협조적인 행정도 이 씨 유족의 분노를 사고 있다. 유족은 마드리드를 더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추모 동판 설치를 원한다. 하지만 마드리드 행정 당국은 이에 대해 유명인이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아버지 이 씨는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마드리드에 딸의 슬픔을 담은 동판을 2주기에는 꼭 설치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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