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백신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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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끝이 어딘지 알지도 못한 채 경자년이 저물고 있다. 연말인데도 조촐한 모임은 물론 외출 등 일상생활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여행은 언감생심이다. 더구나 세계 각국도 방역을 위해 국경 빗장을 걸고 있다. 언제 다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지 현재로선 기약조차 어렵다. 우리 국민의 출국자 수가 2018년, 19년 연속해서 매년 약 2900만 명에 달했던 점을 생각하면 해외여행에 대한 간절함은 더해진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관광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가장 하고 싶은 여가 활동으로 69.6%가 여행을 꼽았다. 2위인 문화 활동(13.3%)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적으로 해외여행(59.8%)보다 국내 여행(81.1%)을 선호했으나, 20대에선 해외여행 의향이 71.2%로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30대에선 66.9%, 40대는 57.5%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로선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세계 각국의 확신이 설 때까지 예년과 같은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다소 희망적인 사실은 각국이 경쟁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백신 접종으로 국가별 집단 면역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아마도 자유로운 해외여행의 물꼬가 터지는 때일 것이다.

문제는 여행객의 백신 접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일이다. 최근 유력한 해결 방안으로 해외 출입국 때 여행객의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이른바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이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검사와 백신 접종 등 관련 정보를 증명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시스템 개발이 시작됐다고 한다.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물론 병원에서 발급한 백신 접종 증명서 등 의료 데이터나 해외 통행증까지 QR코드 형태로 담을 수 있는 일종의 디지털 증명서인 셈이다. 아직 통일된 세계 기준은 없는 상태라고 하지만, 앞으로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백신 여권은 필수 사항이 될지 모른다.

다만 개인 정보 유출과 백신 접종이 뒤처진 국가의 국민들이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논란거리다. 그러나 백신 여권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필수 사항이 될 가능성은 커 가는 분위기다. 백신 확보에는 비록 늦었지만, ‘K-방역’에 빛나는 우리가 이런 흐름마저 놓쳐서는 곤란하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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