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비싸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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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서 사는 명품 ‘매출 급상승’

부산 해운대에 거주하는 김선희(가명) 씨는 올 7월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그동안 모은 여행 자금으로 명품을 구입하기로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명품 소비가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김 씨는 원하는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김 씨의 희망은 백화점 해외 명품 매장에 도착하는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등 이유로 명품 매장에 찬바람만 불 줄 알았지만, 그건 김 씨의 착각이었다. 명품 매장은 입구에서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매장에 들어가는 데에만 1시간 이상 걸렸다. 김 씨는 “다들 어렵다 어렵다 해서 명품 매장도 한가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북적이는 것 같았다”며 “결국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걸어 나왔다”며 허탈해했다.

부산지역 백화점 해외명품 매출
지난해에 비해 28~32% 올라
홈쇼핑·온라인몰에서도 급성장
고가 가전·가구 소비도 크게 늘어


코로나19 시대의 장기화 속에 ‘값비싼’ 명품이 많이 팔렸다. 일부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는 매장 입구에 고객들이 장사진을 치는 풍경도 연출됐다.

29일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해외 명품 분야의 매출은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해외 명품은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20개 상품 카테고리 중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품목 1위를 기록했다. 또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경우에도 해외 명품 분야의 매출은 전년에 비해 28% 올랐다.

해외 명품이 워낙 잘 팔리다 보니, 지역 업계에서는 해외 명품 매출이 올해 다른 부문의 매출 부진을 상쇄할 정도였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여파로 백화점 내 다른 매장에는 고객이 없어 썰렁해도, 해외 명품 매장에는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줄 서 있는 장면이 수시로 연출된다.

홈쇼핑과 온라인몰에서도 해외 명품 판매는 급증했다. 롯데홈쇼핑, CJ오쇼핑 등은 올 상반기 명품 주문량은 40~50% 증가했으며, 명품 온라인 쇼핑몰인 머스트잇의 10월 거래액은 전년과 비교해 78% 성장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면세점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백화점 내 해외 명품 매장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 그동안 모아 둔 여행 자금을 명품 구매에 쓴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 명품과 함께 상대적으로 고가 품목에 해당하는 가전과 가구 소비도 크게 증가했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가전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도와 비교해 27%, 가구는 14.7% 늘었다. 가전과 가구의 매출 증가율은 명품에 이어 각각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대폭 늘면서, 소비자들이 고급 TV, 가구 등 인테리어 관련 상품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정호경 롯데쇼핑 커뮤니케이션실 홍보팀장은 “내년 상반기에도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되면 해외 명품, 가전, 가구 등 고가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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