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비명만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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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끊긴 원도심 ‘매출 반토막’

“상가 셋 중 하나는 마수걸이도 못 해 보고 셔터를 내립니다. 폐업률이 10%를 넘긴 지도 오래이고요.”

29일 부산 남포지하도상가 문경채 상인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말을 맞아 북적여야 할 상가에는 추위를 피해 몸을 녹이려고 모여든 노인들 말고는 다른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문 회장의 깊은 한숨이 어렵지 않게 이해됐다.

관광객 의존도 높은 시장 직격탄
마수걸이도 못 하는 상가 수두룩
신용카드 이용액 지난해 절반 뚝
시장 이끌던 젊은 상인들도 떠나

원도심 상권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무너져 가고 있다.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전통시장 중심이기 때문이다. 남포동 상권의 올해 3월 신용카드 이용액은 16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7.8%나 줄었고 10월에도 -38.6%를 기록했다.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부평깡통야시장 등 전통시장 상권 역시 반토막이 난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신용카드 이용액 급감이라는 매출 타격은 더 본질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부산 원도심 상권의 부흥을 이끌던 젊은이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상권이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국제시장 이상우 번영회장은 “매출 급감으로 젊은 상인들은 새로운 시도를 위해 떠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이 많은 상인들만 자리를 지킨다”며 “젊은이들이 장사를 접으며 시장 전체의 매력도가 줄어들고 다시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관광객까지 자취를 감췄다. 연말 특수로 이맘때면 일본과 중화권 관광객으로 들썩이던 원도심 상권에는 적막만이 흐른다.

부산관광협회 김의중 사무국장은 “남포동과 중앙동 일대의 호텔 예약률이 주중 10%, 주말 30% 내외까지 떨어져 진짜 절망적인 수준”이라며 “내년에 영업을 계속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젊은 상권’으로 손꼽히는 서면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 초 서면2번가 인근에 작은 술집을 낸 정 모(37) 씨는 “알바비는커녕 임차료도 못 낼 형편인데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고 있다”며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두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주말마다 미어터지는 백화점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을 찾은 내국인 방문객 가운데 신용카드 이용 비율은 경남(38.9%)이 가장 높았고 서울(13.5%), 경기(10.7%), 울산(10.1%), 경북(6.5%)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방문객 중에서는 중국(24.3%)이 가장 큰손이었으며 일본(18.8%), 미국(17.8%), 대만(11%), 영국(5.2%)이 뒤를 이었다.

부산시는 빅데이터 시스템을 개편해 내년 2월부터 상권별 신용카드 이용액을 비롯해 관광, 보건 등 다양한 분야의 빅데이터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유동인구·소비매출 등 빅데이터를 제공해 시민들이 창업 정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겠다”며 “시장별 특화방안 정책 마련 등 맞춤형 행정 서비스에도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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