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구회 "허민, 프로야구 놀이터 삼지마라" 강력 경고…KBO 징계 적극 지지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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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너크볼러 필 니크로가 지난 2012년 8월 방한해 당시 고양원더스 구단주였던 허민과 함께 서울 잠실 야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롯데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설의 너크볼러 필 니크로가 지난 2012년 8월 방한해 당시 고양원더스 구단주였던 허민과 함께 서울 잠실 야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롯데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OB 모임인 일구회(회장 윤동균)는 KBO 상벌위가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의장에게 직무 정지 2개월 제재를 부과한 것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구회는 29일 성명서를 내고 "키움, 혹은 허민 의장이 실제로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때는 일구회는 물론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이 KBO와 함께할 것"이라며 "소송전은 곧 야구계와 팬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올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일구회는 "다시는 KBO리그를 '야구 놀이터'로 삼지 않기를 키움과 허민 의장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면서 "이것을 계기로 키움이 더는 KBO리그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허 의장은 지난해 6월 구단의 훈련장에서 공식 훈련 외적으로 2군 선수들을 상대로 캐치볼, 배팅 연습 등을 한 장면이 방송사 보도를 통해 공개돼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또 '갑질 논란' 보도 이후 구단 측에서 제보자를 찾아내기 위해 폐쇄회로(CC) TV를 열람하고, 소속 선수에게 허 의장의 투구 영상을 촬영한 팬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특히 베테랑 외야수 이택근이 지난달 말 KBO에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관한 품위손상징계요구서'를 제출해 논란이 커졌다.


지난해 6월 허민 의장의 논란을 보도한 'SBS 8뉴스' 캡쳐 지난해 6월 허민 의장의 논란을 보도한 'SBS 8뉴스' 캡쳐

이에 KBO는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사옥에서 상벌위를 열어 "이사회 의장 신분에서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처신을 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KBO리그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야구 규약 제151조 '품위 손상 행위'와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에 따라 '갑질 논란'에 대해 직무정지 2개월 제재를 내렸다. 또 '팬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키움 히어로즈 구단과 김치현 단장에게 야구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라 엄중 경고 조처하고,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KBO는 "키움 구단이 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프로스포츠 의무를 저버렸고, 구단과 선수 간 기본적인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는 등 리그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또 키움이 지난 3월 '향후 리그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면 KBO 규약이 정한 범위에서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천명한 것을 토대로 제재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키움 구단은 30일 KBO의 처분에 불복하고 "사법 기관 판단을 받겠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2년 12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일구상 시상식에서 허민(오른쪽) 고양원더스 구단주가 이재환 일구회 회장으로부터 일구대상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12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일구상 시상식에서 허민(오른쪽) 고양원더스 구단주가 이재환 일구회 회장으로부터 일구대상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하 일구회 'KBO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지지한다' 입장문 전문]


사단법인 일구회는 KBO 상벌위원회가 키움 허민 의장에게 직무 정지 2개월 제재를 부과한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지난해 6월 허민 의장은 키움의 퓨처스 구장에서 선수들을 타석에 세우고 공을 던지는 등 이른바 ‘야구 놀이’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 지난달에는 키움에서 은퇴한 이택근이 KBO에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관한 품위손상 징계요구서’를 제출하면서 키움 구단이 폐쇄회로(CC) TV로 팬을 사찰한 데다가 선수에게 제보 이유 등을 확인해달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흥행을 기반으로 한 프로 스포츠는 팬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도 키움은 팬을 색출하고 선수에게 팬의 의도 등을 알아보게끔 해 선수와 팬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여기에 야구 놀이에 선수들을 동원하는 ‘갑질’을 저지르는 등 선수 권익도 침해했다.

이런 문제를 일으켰지만 키움은 허민 의장을 징계하면 법적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프로야구의 존재 기반(팬)은 물론이고 중요 구성원인 선수에게 부당한 행위를 했음에도 그 잘못을 사죄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KBO는 법적 소송에 따른 곤란함에도 굴하지 않고 허민 의장을 징계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며 키움 구단에도 엄중 경고 제재를 내렸다.

키움과 관련한 문제에서 이제까지 ‘갓중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던 KBO가 강력하게 대처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정운찬 총재는 “키움 구단은 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프로스포츠 의무를 저버렸고, 구단과 선수 간 기본적인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는 등 리그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했다.”라고 밝혔다. 즉, 팬들의 사랑 속에 구단과 선수단, 그리고 그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발전해온 KBO리그 가치가 더는 훼손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KBO의 징계에 키움, 혹은 허민 의장이 실제로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때는 일구회는 물론이고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이 KBO와 함께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소송전은 곧 야구계와 팬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올 수 있음을 키움과 허민 의장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다시는 KBO리그를 ‘야구 놀이터’로 삼지 않기를 키움과 허민 의장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 또한 이것을 계기로 키움이 더는 KBO리그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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