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플스토리] 삶의 치유제, 장래희망까지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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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입양가족 만나 보니

사냥놀이 중인 김주희 씨의 반려묘 미나.

올해 부산 지역 유기동물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은 약 7400마리. 반려동물 가구 수가 늘어나는 만큼 유기동물 숫자도 증가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명 인사, 연예인들이 유기동물을 입양하며 인식도 변하고 있지만, 버려진 동물이라는 편견때문에 입양을 꺼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실제로 유기동물을 입양한 반려인들은 어떨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버려졌다고 더럽거나 문제견 아냐
마음 여는 데 시간 걸릴 뿐, 똑같아
중학생 시절 따돌림, 큰 위로 받아
내 ?? 달라지고 목표까지 바뀌어
돈으로 주고 살 수 있는 인형 아냐
자격 있는 사람에게만 입양 허용을


■새 가족을 맞이한 순간

박하(25) 씨는 반려견 코코와 두부, 반려묘 호두, 뽀에 현재 임시보호 중인 고양이 하니와 함께 살고 있다. 박 씨가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첫째 코코를 펫숍에서 데려온 직후였다. 우연히 강아지 공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은 박 씨는 유기견 두부와 길고양이 호두, 뽀를 가족으로 들였다.

서하나(22) 씨는 반려견 피타와 산책을 하던 중 도로로 뛰어드는 강아지를 발견해 구조했다. 검은색 솜뭉치 같은 강아지는 구조할 당시 뼈가 만져질 정도로 굶어 영양실조 상태였다. 급히 동물병원을 찾아 엉킨 털을 깎고 씻기니 본래의 하얀색 털이 나타났다. 하나 씨는 이렇게 구조된 강아지를 임시보호 하다 키우기로 결정했다. 강아지는 ‘솜뭉치’에서 ‘미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다.

김주희(29) 씨는 반려동물에 관심은 있었지만 책임질 자신이 없어 망설이다 지인의 고양이를 돌봐주게 됐다. 함께 살아 보니 책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인핸드(유기동물 입양, 실종동물 찾기 스마트폰 앱)와 여러 고양이 카페에 게재된 입양 홍보글을 봤다. 그때 만난 게 미나. 길고양이 출신인 미나는 중성화 수술 후 구조자에게 인도돼 입양처를 구하다 주희 씨의 새 가족이 됐다.



■반려동물이 주는 위로

반려동물은 보호자에게 심리적 안정과 건강에 도움을 준다.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

박하 씨도 어린 시절 반려견에게 위로를 받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박 씨는 “중학교 때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던 적이 있었다”며 “하교 후 집에서 울고 있는데 코코가 다가와 안아주고, 눈물도 닦아주며 위로를 해줬다”고 밝혔다.

실제로 반려동물은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보호자들의 감정 변화를 쉽게 알아차리기 때문에 위로와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유기동물은 주인에게 한 번 버려졌다는 이유만으로 ‘더럽다’, ‘문제견이다’ 등의 편견을 안고 살아간다. 이런 편견은 유기동물 입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그러나 편견과는 달리 유기동물은 마음을 여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뿐 여타 동물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서하나 씨는 “미르도 처음 집에 왔을 때 경계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서로 마음을 열자 금방 가까워졌다”며 “사람도 그렇듯 반려동물도 성격의 차이가 있을 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동물은 한번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 외에는 보통의 반려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함께하며 변화한 삶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김주희 씨는 삶의 패턴이 달라졌다. 퇴근 후 약속이 있더라도 집에 들러 미나를 보는 습관이 생겼고, 길고양이가 신경 쓰여 가끔 밥을 챙겨주기도 한다. 주희 씨는 “고양이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밤마다 놀아달라고 보채거나 움직이는 소리에 잠을 깬다”며 “주말에도 늦잠을 자기는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박하 씨와 서하나 씨는 미래가 달라졌다. 두 사람은 부산경상대 반려동물보건과에 재학하며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박 씨는 현재 동물보건사를 목표로 노력중이고, 하나 씨는 유기견 카페, 유치원을 운영하며 유기동물에 대한 편견을 깨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어떤 존재일까? 세 사람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 가족 같은 존재”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도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기 전엔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인형이 아니다” “이렇게 예쁜 아이를 어떻게 버릴 수 있지?”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을 하며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할 수 있는 제도가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상윤 선임기자·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김주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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