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52) 영화 ‘soul’ 사운드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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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가장 안타까운 일 중 하나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일상의 즐거움을 편히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꽤 많은 영화가 OTT 플랫폼을 통해 개봉했고, 개봉이 지연되거나 언제 개봉할지 알 수 없는 영화들도 꽤 많아졌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영화를 기다리고 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 큰 스크린과 웅장한 소리로 체험할 날을 고대합니다.

이번 주 소개하는 음반 ‘소울(Soul)’ 역시도 제가 참 기다리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인 이 영화는 북미 지역에서는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되었지요. 국내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이 영화를 만난 분도 계실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칼럼을 쓰면서 제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소개하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그만큼 사운드트랙이 몹시 아름답고 완성도도 무척 뛰어납니다. 이 영화만큼은 사운드트랙을 먼저 만나고 영화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말이지요.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의 경우 누구나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익숙한 음악 감독이 음악을 맡습니다. 여기서 ‘익숙하다’는 의미는 그만큼 결과물이 안정적이고 그 음악가의 성향과 다른 장르의 음악이 사용하더라도 충분히 안전하게 영화로 끌어들이는 음악 감독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폭넓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에니메이션의 경우그러한 안전장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소울’의 사운드트랙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아티스트들이 등장합니다. John Batiste(존 바티스트), Trent Reznor(트렌트 레즈너), Aticcus Ross(애티커스 로스) 등이 그들입니다.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는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비롯해 이미 영화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유명 음악 감독의 반열에 올랐지요. 이들의 팬이라면 ‘그들이 픽사와 디즈니의 작품을 맡는다고?’ ‘그것도 애니메이션을?’이라고 반문할 것입니다.

‘인더스트리얼 록’이라는 용어를 유행시키며 강력하고 어두운 음악을 선보였던 ‘나인 인치 네일스’의 멤버인 두 사람이 어린이를 위한 에니메이션의 음악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가지 않지요. 또 재즈 음악가로 알려진 존 바티스트 역시 기존의 정통적 재즈를 벗어나 실험적이고 상상력이 강한 음악을 들려주는 아티스트인데요. 이러한 진보적인 아티스트가 이 영화의 음악을 함께 한다는 것도 기존의 상식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결과물은 상당히 놀랍습니다. 사운드트랙은 엠비언트, 일렉트로닉, 재즈가 한데 어우러지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결이 다른 다른 디즈니 픽사의 음악을 완성해 냅니다. 그것도 너무나 따듯한 색채로요. 이를 통해 LA비평가협회으로부터 2020년 올해의 음악상을 수여하게 됐지요. 국내 개봉 버전은 이적 씨가 그의 노래와 곡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니 그 기대는 더욱 커집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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