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8만 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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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창원 LG 세이커스 구단 일부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방역조치 위반으로 물의를 빚었다. 사진은 LG 세이커스 선수들이 경기를 치른 후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1968년 당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다. ‘한비 사건’, 그러니까 삼성그룹 계열사 한국비료공업의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전에 경험한 적 없는 전자산업을 해 보겠다며 이듬해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한다.
 가전제품을 주로 생산하던 삼성전자공업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면모를 일신해 1975년 6월 11일 증시에 상장된다. 그날 종가는 1050원. 이후 삼성전자 주가 그래프는 우상향 일방으로 흘렀다. 1990년대 들어 휴대전화를 개발하면서 1만 원대에 올라섰고, 굴지의 반도체 업체로 입지를 굳힌 2000년을 전후해선 10만 원을 훌쩍 넘었다. 반도체가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 2008년 금융위기에도 40만 원대를 지켰다.
 2011년 스마트폰 대중화에 힘입어 마침내 100만 원 고지에 오른 삼성전자 주가는 2017년 200만 원을 돌파하더니 그해 11월 3일엔 287만 6000원을 기록했다. 상장 당시와 단순 비교하면 무려 2700배가 오른 셈이다.
 삼성전자 1주가 300만 원에 육박하면서 일반 국민은 감히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2018년 4월 50대 1의 비율로 액면분할했다. 기존 삼성전자 주식 1개를 50개로 쪼갠 것이다. 1주 가격이 5만 원 안팎이 되면서 삼성전자는 일반인도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국민주’가 됐다.
 삼성전자 주식 갖고 있는 사람들의 입은 지금 귀에 걸려 있다. 올 초만 해도 5만 원대였던 삼성전자 주가가 극적이게도 올해 마지막 개장일인 지난 30일 종가 기준 8만 1000원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학수고대하던 ‘8만 전자’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 1주 8만 원은 액면분할 전의 값으로 치면 400만 원이다. 역대 최고치다. ‘9만 전자’ ‘10만 전자’를 전망하는 이도 있다.
 30년 전 별생각 없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놓고 잊고 있었더니 어느 날 부자가 돼 있더라는 ‘전설’이 현실이 되지 말란 법도 없게 됐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고 거품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라지만 그런 말로 굳이 초를 칠 필요는 없겠다. 코로나19로 우울했던 한 해, 삼성전자로나마 희망을 갖는 이가 많아진다면 그 또한 반가운 일일 테니까. 신축년 올해엔 이 땅의 선남선녀들 모두 대박 나시라!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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