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호 씨 LG전자 입사 때 직속상관으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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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새 비서실장 유영민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노영민 비서실장 후임에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임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3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며 유영민 장관과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새 비서실장으로 정치권 인사들을 배제하고 비교적 정치색이 옅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을 기용한 것은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국정과제를 무난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실물경제에 밝은 유 비서실장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유 비서실장은 합리적이고 온화한 리더십을 갖췄고, 과기부 장관 재직 때 청와대 참모들과 유연하게 소통하며 조정 능력을 인정받았는데 문 대통령이 이러한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민정수석 문 대통령 교류
대통령 뜻 따라 2번 선거 출마·낙선
이호철 등 ‘친문’과도 교감 장점
후반기 국정 안정적 마무리 방점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신임 비서실장을 소개하면서 “경제, 행정, 정무 등 여러 분야에서 소통의 리더십을 갖춘 덕장으로 코로나 극복과 민생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다양한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을 지휘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 비서실장이 1951년생으로 문 대통령 보다 나이가 2살 많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마음을 터놓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유 비서실장이 이날 인사말에서 “무엇보다도 바깥에 있는 여러 정서·의견을 부지런히 듣고 대통령께 부지런히 전달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 비서실장은 부산대 동문인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부산 ‘친문’인사들과 가까운 사이여서 여권 내부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문 대통령과 유 비서실장의 인연은 알려진 것보다는 오래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LG전자에 입사하면서 유 비서실장이 맡고 있던 부서에 배치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대통령 가족문제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이때 유 비서실장과 자주 교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 때인 2006년 LG를 떠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엔지니어 출신 기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009년 포스코ICT 총괄사장으로 영입됐고, 이듬해 포스코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사장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유 비서실장을 정치인의 길로 끌어들인 사람이 문 대통령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인재발굴 케이스로 영입한 것이다.

당시 공천권을 쥔 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그의 경력을 눈여겨보고 포스코 엔지니어링 본사가 들어선 인천 연수을 지역에 전략공천한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부산을 맡아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험지인 부산 해운대로 내려갔고, 결과는 낙선이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는 민주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원장을 맡았고, 21대 총선에서 다시 금배지에 도전하기도 했다.

두 번이나 문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선거에 출마했고, 낙선했을 때마다 다시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유 비서실장이 1년 5개월 가량 임기가 남은 문 대통령을 어떻게 보좌할지, 퇴임 이후에는 어떤 역할을 맡을지 주목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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