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협상 완료하고도 발목 잡혀 해 넘긴 한진CY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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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첫 지구단위계획 사전협상 대상지인 한진CY 부지 개발 사업이 부산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재심의 결정으로 또 제동이 걸렸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진CY 부지. 부산일보DB

부산 첫 지구단위계획 사전협상 대상지인 해운대구 재송동 옛 한진CY(컨테이너 야적장) 부지 개발사업이 사전협상을 수개월 전 끝내고도 부산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려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30일 도시건축공동심의위원회에서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심의했지만, 재심 결정으로 사업 확정은 또 해를 넘기게 됐다.

공공과 민간, 외부 전문위원들이 긴 협의를 거쳐 마련한 사전협상안이 2020년 11월 1차 심의에 이어 또 통과되지 못하면서,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도입한 사전협상형 제도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의가 최종 결렬되거나 민간사업자가 사전협상형 사업 추진을 포기할 경우 한진CY 부지는 오피스텔 건립 등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교 증·개축 문제로 격론
도시건축위, 8 대 7 재심의 결정
최대 3800억 기부채납 등
7월 협상 마무리하고도 해 넘겨
사전협상제 취지 역행 지적도

이날 위원회에선 학생 수요 산정과 상업·업무 시설 비중을 놓고 15명 위원 사이에 격론이 벌어져 8 대 7로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다.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던 사업자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진CY 부지 개발 사업은 부산시의 첫 사전협상형 지구단위계획으로, 2018년 6월 민간사업자인 (주)삼미D&C가 부산시에 개발계획을 접수한 이후 2년 넘게 협상이 진행됐다. 2020년 초부터 공공(부산시·해운대구)과 민간(삼미D&C), 외부 전문위원로 구성된 협상조정위원회가 꾸려져 8차례의 협의와 3차례의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2차례의 시민토론회 등을 거쳐 7월 사전협상을 마무리해 협상안을 도출했다.

주 내용은 한진CY 부지를 준공업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바꿔 민간사업자가 주거 등이 포함된 복합 시설로 개발하는 대신, 계획 이득의 상당 부분을 부산시에 내놓는 것이다. 삼미 D&C는 이 부지에 관광과 상업, 비즈니스, 주거 기능이 겸비된 레지던스 6동을 건립한다. 일반상업지역의 용적률은 최대 1000%까지 가능하지만, 890% 이하로 정해졌다.

또 단지와 수영강변을 잇는 ‘에코 브리지’, 다양한 쇼핑 시설과 공연·기획전시 시설 등이 들어서는 ‘커널 스트리트’ 등을 조성한다. 특히 공연문화, 엔터테인먼트 분야 앵커 시설을 유치해 관광 랜드마크로 변모시킨다는 구상이다. 삼미D&C는 계획이득의 절반이 넘는 52.5%를 시에 내놓는다. 사전협상제 사업 공공기여율은 전국에서 최고 수준이다. 2018년엔 1100억 원 정도로 추정됐지만, 최근 지가·분양가 상승의 영향으로 추후 감정평가를 거치면 이 금액은 최대 3200억 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여기에 삼미D&C는 장기미집행 도로 개설, 주민편의시설 조성, 녹지 조성 등에 추가로 700억~800억 원가량을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최대 3800억 원을 내놓는 셈이다.

사전협상제는 장기 미개발 유휴 부지에 대해 민간이 개발을 제안하면 편법·특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지자체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전 조정협의회를 거치도록 한 제도로 2012년 서울에서 첫 도입된 이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부산시도 2016년부터 제도를 도입해 10곳을 사전협상 지구단위계획 후보지로 선정했고, 2018년 컨테이너 물량이 부산항 신항으로 이전되면서 오래 방치돼 온 한진CY 부지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부산시로서는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된 한진CY 부지를 합법적으로 개발하면서 상당한 시비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도시건축공동심의위원회의 잇단 재심의 결정으로, 부산에서는 사전협상제 출발부터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일부 의원들이 학교 증·개축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사업자 측은 필요하다면 학교 관련 분담금을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민관이 수개월간 협의해 만든 협상안이 정작 도시건축공동위원에서 ‘조건부 승인’ 정도가 아니라 잇따라 부결된 것은 사전협상제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만약 이번 사업이 좌절되면 한진CY 부지는 오랫동안 도심의 흉물로 더 방치되거나, 해당 용도에 맞는 오피스텔 건립 등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벡스코 전시시설 확충과 도시 미관 개선, 주민 편의를 위해서도 꼭 추진돼야 하는 사업”이라면서 “민간사업자 측이 학교 증·개축이 필요하다면 분담금을 내겠다는 입장도 확고히 밝히고 있어 다음 심의 때는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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