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나눌수록 커져… 후배 양성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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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현대차 부산서비스센터 그룹장

현대자동차 부산서비스센터에서 하이테크지원팀을 이끌고 있는 이제훈 그룹장(49)은 부산시가 선정한 ‘2020년 부산시 최고장인’에 뽑혔다. 지역 산업현장에서 15년 이상 종사한 이들 가운데 실력은 물론 덕망까지 두루 갖춘 기술인에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상이다.

이 그룹장이 이끄는 하이테크지원팀은 일선 차량 정비사들이 해법을 찾지 못할 때 나타나 길을 알려주는 정비계의 ‘어벤져스’다. 예컨대 주행 중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차량이 정비소에 입고됐다. 순간적으로 시동이 꺼지면 차량 내 컴퓨터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협력업체 선에서는 고장 원인을 밝혀내기 쉽지 않다. 이럴 때 이 그룹장은 주행기록장치의 수백 가지 변수를 분석해 원인을 알아낸다.

‘2020년 부산시 최고장인’에 뽑혀
정비업계 ‘어벤져스’·봉사 활동도
정비 마친 차량 고객 만족에 뿌듯

이 그룹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선 정비소에서 애로사항이 보고된 차량을 원인별, 차종별로 분류해 고장을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상세히 기록한다. 이를 자신이 운영하는 사내 커뮤니티에 매일 업로드해 동료 직원이나 협력업체에서 수시로 확인할 수 있게 돕는다. 이 그룹장이 운영하는 사내 커뮤니티에 가입된 회원 수는 200명이 넘는다.

1995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이 그룹장은 판금·도장을 비롯해 서비스센터 내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했다. 이 그룹장은 “차량 정비사를 ‘기름쟁이’로 보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모든 직원들이 부단히 공부하고 노력한다”며 “전기차·수소차 등 쉴 새 없이 진화하는 차량 기술과 갈수록 높아져 가는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정비사들도 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 그룹장은 십수 년째 교육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까지 산학협력 차원으로 동의과학대에서 겸임부교수로 활동했고, 2012년부터는 매주 오륜정보산업학교 학생들에게 현장 기술 전수를 해오고 있다. 이 그룹장의 지도를 바탕으로 오륜학교 학생들은 부산시가 주최한 기능경기대회에서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는 “살아있는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며 “기술은 나눌수록 커진다. 부산에서 자동차 분야의 장인이 지속적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후배 양성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그룹장은 “차량 고장으로 힘겨워하던 고객들이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차량을 마주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며 “영광스러운 상을 받은 만큼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시는 이 씨를 포함해 각기 다른 분야의 최고장인 4명을 최종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부산시 최고장인’의 칭호를 부여하고 인증서와 인증패를 수여하며, 기술개발장려금 1000만 원(연 500만 원씩 2년간)을 지원한다. 부산시는 기능인이 우대받는 사회풍토를 조성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이 사업을 추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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