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뒤집힌 카페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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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걸터앉는 의자. 이 기구는 실용적인 쓰임새 말고도 사람의 지위와 신분을 나타내는 기능도 갖고 있다. 의자가 ‘자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더 높고 더욱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게 사람의 삶이다. 의자는 인류가 공동체를 형성하기 시작할 때부터 특정 주인을 기다리며 인간의 권력욕과 출세 욕망을 자극해 왔다. 그래서 높은 자리에는 보다 크고 화려하게 만들어진 의자가 놓이기 마련이다. 의자는 예부터 권위나 서열을 표시하는 수단이었던 셈이다.

현대사회 들어 의자는 평등 개념이 접목된 대중화를 통해 존재 가치를 극대화했다. 의자의 임자가 따로 있지 않다. 다양한 다중이용시설에 비치된 의자가 그러하다. 카페나 음식점 의자 대부분은 한 공간에서 같은 크기, 동일한 디자인의 모양새로 불특정 다수를 공평하게 대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대로 앉을 수 있다. 다만, 개인 취향에 따라 전망 좋은 창가나 조용한 안쪽, 앞뒤 자리 같은 선호도 차이는 있겠지만….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비롯한 카페 의자들이 코로나19 비대면 시대에 일제히 제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지난해 12월 초 지역별로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2.5단계로 강화된 뒤 오는 17일까지 수차례 연장되고 있어서다. 이 기간에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테이크아웃만 가능할 뿐 매장 손님을 받을 수 없다. 많은 의자를 테이블 위에 뒤집어 얹어 손님용 자리를 치워 놓고 포장영업만 한다. 뒤집힌 채 긴 겨울잠에 빠진 의자가 빼곡한 카페 모습은 코로나19로 모든 게 뒤집히거나 마비된 세상을 웅변한다. 처음엔 생소했으나 한 달가량 지나면서 익숙해진 카페 풍경이다.

이 바람에 직장인들은 추운 겨울 점심 무렵 쉴 데가 없어 고민이다. 점심 식사 후 남는 시간에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혼자 한가롭게 멍때리거나 동료들과 담소하던 일상의 낙이 사라졌다며 불만이다. 집에 공부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카페를 이용했던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갈 곳을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극심한 청년 실업률의 산물이기도 한 카공족 상당수는 본의 아니게 ‘집콕족(집에 콕 박혀 있는 사람들)’ 신세가 돼 눈칫밥을 먹고 있으리라.

코로나19 확산세가 완전히 잡혀 카페가 다시 붐비는 등 자영업자들이 웃을 수 있는 일상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란다. 나아가 경제 성장으로 일자리도 늘어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카공족이 사라지길 희망한다. 신축년 새해 간절한 소망이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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