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수주 메말랐던 거제, 지역상품권 ‘단비’ 내렸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경남 거제시가 발행하는 ‘거제사랑상품권’(사진)이 2019년에 이어 지난해도 역대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다. 회수율도 90%를 넘어 코로나19에 지친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가뭄의 단비가 됐다는 평가다. 반면 불황일수록 상품권 판매는 늘고, 이에 의존해 ‘일희일비’ 한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어두운 단면이란 지적도 나온다.

거제시에 따르면 2020년 거제사랑상품권 판매액은 611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종전 역대 최고치였던 2019년 314억 원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지난해 거제사랑상품권 대박
판매액 611억 원 역대 최고치
특별할인 등 각종 이벤트 주효
조선업 불황 그늘 속 ‘햇빛’ 역할

이런 증가세는 거제시의 공격적 마케팅 덕분이다. 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지역 상권에 온기를 불어넣으려 설?추석 명절에만 시행하던 할인 판매 이벤트를 대폭 확대했다.

명절이 낀 1월과 9월을 비롯해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번진 4월 그리고 6월 모바일 상품권 출시를 기념해 100억 원어치에 대해 10% 특별 할인을 적용했다. 지류(종이) 상품권은 상시 5% 할인 중이다.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도 확충했다. 지류를 취급하는 가맹점을 1년 사이 2850곳에서 3752곳으로 늘렸다. 여기에 모바일까지 결제할 수 있는 매장 8037곳을 확보했다. 판매·환전처는 종전 농협중앙회 4곳에, 지역농협 32곳을 더했다.

덕분에 실제 사용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품권을 현금으로 환전한 금액은 554억 원이다. 판매액 대비 회수율이 90%다. 그만큼 소비자가 상품권을 많이 사용했다는 의미다. 2019년엔 전년 대비 판매액(2018년 244억 원)은 증가했지만, 환전액과 회수율은 241억 원(244억 원), 회수율 77%(94%)로 오히려 떨어졌었다.

상품권 유통량이 늘면서 잔뜩 움츠렸던 지역 상권도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주력산업인 조선업 장기 침체에, 코로나19까지 덮쳐 발길이 끊겼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점포가 상품권을 든 소비자들로 모처럼 활기를 띈 것이다. 한 시장 상인은 “상품권 사용이 확연히 늘었다. 영세 상인 입장에선 이만한 효자도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이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아닌 행정기관이 억지로 끌어올린 경기 부양이라는 ‘씁쓸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제사랑상품권은 전국에서 사용·환전이 가능한 기존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지역 내 영세 점포와 전통시장에서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백화점, 대형마트에선 사용할 수 없도록 해 상품권 유통 수익이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발행 첫해인 2006년, 56억 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판매액을 늘렸다. 지역에 사업장을 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지역 환원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마다 상당량을 구매해 줬기 때문이다. 상품권이 대량으로 풀리는 명절 전후나 연말연시에 지역 상권은 반짝 특수를 누렸다.

그런데 양대 조선소가 최악 불황에 맞닥뜨리면서 판매액이 급감했다. 불과 1년 만인 2016년 71억 원, 2017년에도 76억 원에 그쳤다. 지역 상권은 크게 위축됐다. 지역 경제를 이끌어 온 양대 조선소의 침체로 소비심리가 냉각된 상황에 상품권 급감은 체감경기를 더 떨어뜨렸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물론 적잖은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상품권이 돌아야 겨우 소비가 되는 건 비정상적”이라며 “당장에 만족하기 보다, 조선업의 빈자리를 채울 보조 산업을 육성하면서 소비를 유도할 장기적인 경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