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국인의 월드톡톡] 코로나가 바꾼 새해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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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츠키 미나 번역 프리랜서

일본에는 새해를 맞이해 신사나 절에 첫 참배를 하러 가는 전통적인 행사 ‘하츠모우데’가 있다. 이때 사람들은 지난 한 해를 건강하고 무사히 지낸 것에 대한 감사함을 전달하거나 올 한 해의 소원을 빌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 코로나19의 전국적인 유행 ‘제3파’가 몰리면서 주고쿠 지방(오카야마,시마네, 돗토리, 히로시마, 야마구치 5개 현) 신사들이 경내 온라인 공개, 기도 예약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배객을 맞기로 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새해 첫 참배 풍경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해 연휴에만 60여 만 명이 몰리는 히로시마현 중구의 고코쿠신사는 올 새해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신사가 지난달 13~31일 미리 방문할 것을 권유한 덕분에 새해 방문객은 6만 명에 그쳤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지난달 31일 오후 9시부터 내달 3일 오후 8시까지 참배코스를 일방통행으로 만들어 방문객을 분산시키는 대책도 주효했다.

일본정부는 하츠모우데를 앞두고 신사나 절을 대상으로 분산 참배나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 두기 실시를 당부한 바 있다. 2020년 마지막 달인 12월 미리 참배하는 것은 일본 각지의 새로운 문화가 된 듯하다.

‘학문의 신’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야마구치현 호후시의 호후 천만궁 역시 지난달 25~31일 방문을 호소한 바 있다. 신사는 이 기간에 합격을 기원한 사람들에게 신사의 가문과 합격의 글씨를 그린 마스크를 선물하기도 했다. 감염 우려로 참배하러 오지 못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현장을 보여 주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평상시에는 금지된 신전 내에서 사진, 동영상 촬영도 특별히 허락했다. 이 밖에도 올해는 홈페이지나 전화로 기도예약을 받고 신사 혼잡도 확인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경내 온라인 생중계’나 신전 영상을 향해서 참배하는 ‘온라인 참배’를 개최하는 신사도 있었다.

‘새해의 소원빌기는 정월 연휴 때’라는 일반적인 흐름에서 ‘밀집을 피해 시기를 불문하는 하츠모우데’로 변한 2021년.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보통 때와 다름없는 일본의 전통행사를 즐기고 싶다고 바랄 뿐이다.

약력: 일본 히로시마현 출신이며, 한국에 10년째 거주 중. 번역 프리랜서로 부산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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