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 말에 그쳐선 아동학대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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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 선물 등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16개월 된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의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검찰은 숨진 아동의 부검 재감정을 의뢰하며, 아동학대치사 혐의 대신 살인 혐의를 다시 적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오는 13일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 A 씨와 양부 B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한다. 검찰은 지난달 9일 A 씨와 B 씨를 각각 아동학대치사 혐의와 아동복지법 위반(방임)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16개월 아동
끔찍한 정황 방송 뒤 전국적 관심
“아동학대치사 혐의 대신 살인죄”
가해자에 엄벌 적용 목소리 커져
검찰, 첫 공판서 공소장 변경할 듯

검찰 등에 따르면 정인이는 생후 8개월이던 지난해 2월 A 씨와 B 씨에게 입양됐다. 하지만 입양된 지 254일 만인 지난해 10월 병원에서 숨졌다. 검찰은 학대에 의한 사망으로 보고 A 씨를 구속 수사했다.

특히 이 사건은 지난 2일 지상파 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학대 정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A 씨와 B 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온·오프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시 방송에서는 의료진의 진단을 통해 정인이의 사인이 강한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었으며, 양모의 심각한 폭행을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사망 직전 정인이의 몸무게가 입양 때보다 되레 줄었다는 입양 기관의 증언도 나왔다.

방송 직후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등이 제안한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널리 퍼지면서 배우 김상중을 비롯해 방탄소년단 지민 등이 이 운동에 참여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를 비롯해 정치인들도 SNS에 관련 글을 남기며 안타까움을 전하고, 아동학대 관련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인이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에는 A 씨와 B 씨를 엄벌해 달라는 진정서가 수백 건 접수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4일 ‘정인이 사건’을 두고 “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 부부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고 엄벌해달라는 청원이 4일 오전 기준 23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검찰은 살인 혐의 대신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지난달 전문 부검의에게 정인이 사건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재감정 결과를 토대로 13일 첫 공판에서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국민적 여론을 고려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재판부가 기존 적용된 아동학대치사죄로도 살인죄와 마찬가지로 엄벌을 선고할 수 있는 만큼 공소장 변경없이 재판부에 엄벌을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 형법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며, 아동학대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해져 있다.

김한수·민지형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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