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세계적 정원 도시 만들기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리케이온’ 운영 김수진·김은주 부부

“부산 영도는 원래 신라 태종 무열왕의 사냥터이자 정원이었습니다. 영도가 세계적인 정원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영도 정원 아카데미 겸 카페 ‘리케이온’의 김수진(42)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부인 김은주(39) 씨와 함께 지난해 5월 영도구 중리 주택가에 ‘리케이온’의 문을 열었다.

주택 1층 카페, 2층 주거공간 꾸며
정원 가꾸기·인문학 등 무료 강의
“신라 무열왕 사냥터 역사 되새겨”

겉모습은 주택을 개조한 카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원 아카데미 분위기가 더 짙다. 총 2년에 걸쳐 60주 분량의 정원 아카데미는 김 대표가 무료로 강의한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강의하고 싶어서 강연료를 무료로 책정했습니다. 단순히 정원이나 정원 가꾸기에 대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식물과 정원의 역사, 인문학을 망라한 내용을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강의를 구성했습니다.”

조경 분야 전문가인 김 대표는 국내 한 건설회사에서 조경을 담당했다. 환경계획·조경학 전공으로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방문학자로 ‘정원의 나라’ 영국으로 건너갔다. 정원에 대한 견문을 넓힌 김 대표는 경남 창원 출신이지만 귀국하면서 3년 전 원래 조부모 집이 있었던 영도에 정착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강의하다 나이 60 정도가 되면 시민들에게 정원에 대해 무료로 강의하며 봉사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지금 하면 어때’라는 생각에 아카데미를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지금의 리케이온이 탄생했다. 1층은 리케이온으로 2층은 거주 공간이 돼, 조용한 주택가가 수강생으로 북적인다.

현재 45명 정도의 인원이 수업을 듣고 있고, 20명이 예약 대기 중일 정도로 영도 내에서는 이미 입소문이 났다. 정원에 대해 더 알고 싶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리케이온을 찾는다.

이미 영도는 김 대표의 꿈인 ‘세계적인 정원 도시’의 기본을 갖추고 있는 곳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먼 역사로 보면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찾아온 ‘신선 세계’라는 뜻의 봉래산이 자리 잡고 있고, 가까운 역사로는 신라 태종 무열왕이 즐겨 찾은 수렵원이 지금의 태종대이기 때문이다.

“런던의 하이드 파크) 같은 수많은 ‘파크’는 원래 왕의 수렵원이었다가 일반 대중에게 개방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습니다. 영도 역시 왕의 수렵원 즉 정원이었던 만큼 역사적으로 봐도 세계적인 정원 도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김 대표는 또 “아직 영도는 부산 내에서 낙후된 곳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왕이 향유했던 공간이자 섬, 바다, 산, 도시, 농촌 문화가 어우러져 ‘정원 안의 도시(City in a garden)’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는 현재 환경단체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사, 태종대유원지 운영위원으로 부산과 영도의 정원 계획에도 참여하고 있다. 부부는 말한다. “영도가 세계적인 정원 도시가 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