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 부산 유조선 나포, 한·미 공조로 신속하게 억류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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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있는 한 선사 소속의 우리나라 유조선이 4일 오전(현지 시간) 페르시아만 오만 인근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한국케미호’의 나포 사실을 확인하면서, ‘반복적인 해양환경 규제 위반’을 이유로 밝혔다. 이 배에는 한국인 5명 등 모두 20명이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나포 사건은 우리와 오랜 우호 관계의 이란 정부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공조를 통해 선박의 조기 억류 해제 요청에 나섰다니 당연한 조치다. 정부는 선박이 안전하게 풀려날 때까지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통 우호국에 의한 사건, 더욱 충격적
여러 추측 난무, 정부 모든 역량 동원을

한국케미호의 나포 이유에 대해선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란은 해양환경 오염을 들었지만, 전문가들은 이와 다른 ‘진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당장 이 배의 선사 측도 매년 검사를 받고 있고,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오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반박한다. 일부에선 이란이 자국의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 선박을 나포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핵 문제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동맹국 선박을 나포함으로써 미국에 암묵적인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란은 과거 외교·군사적 갈등 상황에서 선박 나포를 지렛대로 활용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일부에선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약 70억 달러(7조 6000억 원)와 관련돼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마침 외교부 1차관이 이란 방문을 앞둔 상태에서 이란·한국상공회의소 회장이 현지 언론에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한국에 동결된 자금을 사용하는 방안을 한국과 협의 중이라고 공개한 게 이런 추측의 배경이다. 여러 가설이 흘러나오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런 문제로 공해를 항해 중인 선박을 억류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페르시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이란이 민간 선박을 외교·군사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삼아 해적과 같은 야만적인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이번 나포 사건의 배경이 무엇이든 정부는 선박의 억류 해제와 선원들의 안전한 석방에 모든 외교적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해외에서 곤경에 처한 우리 국민의 보호에 미온적인 태도로 자주 지탄받았던 외교부가 또 과거 행태를 답습해선 안 된다. 미국 정부와의 적극적인 정보 공유와 협력은 당연하고, 이란 당국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강조하며 원만한 사태 해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접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강대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등 해역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이 국제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별도의 대책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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