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스피 ‘3000’ 돌파, 과열 딛고 증시 체질 변화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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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6일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다. 장중 기록이긴 하지만 우리 증시가 일찍이 가 보지 못한 높이다. 한국 증시 개장 65년 만의 신기원이요, ‘코스피 2000’ 돌파 13년여 만에 쓰는 새 역사다. 코로나19 사태가 양성한 이른바 ‘동학 개미’가 그 주역이었다는 점은 실로 역설적이다. 당초 세계 경제의 봉쇄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예상된 터였다. ‘코스피 3000’이 침체된 실물경제와 극히 대조되는 지표이긴 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한국 경제의 반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예상과 분석이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코로나 사태 속 뜻깊은 이정표 세워
고질적 관행·제도 개선 선진화 숙제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주식시장에 대거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3조 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올해도 ‘개미’들의 열풍은 이어져 최근 코스피는 연일 계속해서 정점을 경신해 왔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코스피의 성장세가 유독 두드러졌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코로나19 방역의 성공과 함께 산업 구조 변화에의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국내외 전문기관은 백신 공급으로 인한 코로나 극복과 맞물려 향후 코스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반도체·화학·IT·자동차·바이오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이 전체의 48%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실물경제와 주가의 괴리 문제로 연결된다. 실물경제는 식어가는데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보이는 건 정상이 아니다.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는 것 자체야 증시의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 나쁜 일일 수 없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에 올인하는 모습은 너무 위험하다. 얼마 전 가짜 주식투자 프로그램에 속아 투자한 개인들이 7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것이 단적인 사례다. 증시로 몰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상당 부분 빚이고, 늘어나는 가계 대출은 이제 임계치에 달했다

‘코스피 3000’은 한국 증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음을 증명하는 역사적 이정표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해서 3000선이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글로벌 경기와 한국 경제의 회복과 관련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북·중 관계와 북·미 관계를 비롯한 국제정세도 커다란 변수다. 우리 주식시장은 ‘코리아 리스크’라는 분단 상황 속에서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저평가돼 온 것이 사실이다. 진정한 ‘코스피 3000 시대’를 열어젖히기 위해서는 그동안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내부 거래, ‘작전’으로 불리는 주가 조작 등 고질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불합리한 증시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선진화하고 시장 체질을 투명하게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금융 강국 한국’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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