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잇단 수주 대박’, 지역경제 ‘부활 뱃고동’ 울린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내 조선 산업 메카인 동남권이 활발한 수주로 전후방 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위용을 드러낸 현대중공업 골리앗 크레인. 부산일보DB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코로나19를 뚫고 연초부터 대규모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조선업 호조세가 지속된다면 동남권 지역경제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5일 아시아 소재 선사와 1만 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약 9000억 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4척,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2척씩 건조해 2023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도 국내 해운사인 팬오션에서 1993억 원 규모 17만 4000㎥급 LNG운반선 1척을 수주하면서 새해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1월부터 수주한 LNG운반선은 총 20척으로 늘어났다. 올해 두 조선사가 발표한 수주액만 1조 원을 웃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이후를 내다본 해외 선사들이 LNG 선박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닌 한국 조선사에 러브콜을 보내오면서 수주량이 급증한 것이다.

현대중 조선지주사 한국조선해양
9000억 규모 대형 컨선 6척 수주
삼성중, 1993억 규모 1척 수주
한진중·대선조선도 일감 확보
카타르 LNG운반선 대규모 발주
올 최대 물량… 빅3 ‘수주 사활’



조선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주 절벽에 시달렸던 지난해 상반기와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특히 올 상반기 컨테이너선 발주가 쏟아질 것으로 한층 기대하는 분위기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2주 연속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해운 호황으로 대형 컨테이너선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조선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카타르 프로젝트 본계약이다. 업계에선 카타르 국영 석유사 QP(카타르 페트롤리엄)가 올해 대규모 LNG 운반선을 발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 조선 빅3(현대중·삼성중·대우조선)는 카타르와 본계약 전 ‘슬롯(독 확보)’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 110억 달러보다 39억 달러 높은 149억 달러(16조 원)로 잡았다. 나머지 조선사들은 이달 중 수주 목표를 공시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이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단언하기 힘들지만, 카타르 본계약을 비롯한 선박 수주에 최대한 역량을 집중해 침체한 조선경기를 살릴 교두보로 삼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한 리스크는 여전하지만, 지난 연말 상승세를 반등의 기회로 삼아 수주에 총력전을 펴겠다”고 말했다.

조선사들은 신조 발주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발목이 잡힐까 우려해 방역 대응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조선업계 특성상 선박을 수주해 인도하기까지 적어도 2년여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코로나19 장기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노동집약적인 조선업 구조상 감염자가 1명이라도 나오면 전체 조업 중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조선 3사는 회사 차원에서 대응팀을 꾸려 사업장 회식과 사내·외 모임 금지, 대면·집합 교육 금지, 국내 출장 금지, 마스크 의무화 등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 조선업계도 조선업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으로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한진중공업은 3년 치 방산 특수선 물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상선이나 LNG선의 경우 새 주인이 정해지면 언제든 건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대선조선 역시 지난 연말 유럽 선주사로부터 1600억 규모의 5만t급 MR 탱커 2척을 수주하는 등 최근 선박 10척을 연이어 수주하며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해 놨다.

부산지역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내년 물량까지 확보하면서 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시설 증설을 위한 채비까지 마쳤다. 울산 동구와 거제 등지에서도 업체들이 공장을 다시 돌리거나 생산 능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최금식 이사장은 “올해 발주량이 늘어나면서 내년부터는 조선업이 불황터널을 벗어나 상승곡선에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울산 세진중공업 관계자도 “대기업의 잇단 수주 소식에 수년간 침체한 조선 경기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것 같아 우리와 같은 후방 업체들도 낙수 효과 기대감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엔지니어링 등 투자가 선행됨에도 회계상 매출은 내년에 일어나고, 일부는 올해 물량 없이 버텨야 하는 곳도 있는 만큼 은행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승혁·김민진·김영한·이현정 기자

gsh0905@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