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자 모두 일터로… 성동조선, 다시 ‘으?X으?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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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만에 260여 명 최종 복귀 새 작업복 받고 “꿈같다” 설레 야드 정비·공장 재가동 비지땀 대형 조선사 수주 활황에 숨통 블록 등 생산 주력 정상화 기대

마지막 무급 휴직자로 있다 지난 4일 복직한 노동자들이 새 작업복을 지급받고 있다. 금속노조 성동조선지회 제공

벼랑 끝에서 새 출발한 경남 통영의 중견 조선사 ‘HSG성동조선’이 새해에 다시 닻을 올린다. 최근 발주가 재개된 대형 LNG선 수주 훈풍에 힘입어 2년 넘게 휴직 중이던 노동자들이 모두 일터로 돌아왔다. HSG성동조선은 마지막 남은 기술·사무직 무급 휴직자 260여 명이 전원 복직했다고 6일 밝혔다. 조선업계에서는 HSG성동조선 노동자 전원 복귀가 빅3 조선사부터 기자재 업계까지 조선업계 전체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2년여 만에 260여 명 최종 복귀
새 작업복 받고 “꿈같다” 설레
야드 정비·공장 재가동 비지땀
대형 조선사 수주 활황에 숨통
블록 등 생산 주력 정상화 기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가까이 일손을 놔야 했던 휴직 노동자들은 가족을 생각하며 허드렛일도 마다 않고 악착같이 버텼다. 막노동부터 대리운전, 배달대행 등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아무리 아껴도 통장 잔고는 이내 바닥이었다. 갑갑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마침내 발을 내디딘 ‘야드(작업장)’는 익숙하지만 한편으론 낯선 공간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손꼽아 기다린 순간 이들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복귀 첫날, 새 사명이 새겨진 작업복을 보급받은 서성덕 씨는 상기된 얼굴로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일을 많이 경험했다. 복직만을 꿈꾸며 버텨 왔는데, 이렇게 출근한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다”고 했다.

HSG성동조선은 2003년 설립된 ‘성동기공’에서 출발한 성동조선해양이 모체다. 2000년대 중반에는 수주잔량 세계 8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수주 부진과 파생상품 거래손실 등으로 경영난에 직면하자 2010년 채권단 자율관리에 들어갔다. 게다가 금융권의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 거부로 2016년 이후 신규 수주를 못 한 성동조선은 2017년 11월 마지막 건조 작업을 끝으로 개점휴업 상태가 됐고, 2018년 4월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2000명 넘던 직원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경영 관리에 필요한 최소 인원 120명을 제외하고 일감이 끊긴 노동자는 그해 8월부터 순환 무급 휴직에 돌입했다. 계속된 노력에도 3번에 걸친 매각 시도가 모두 무산된 성동조선은 청산 위기로 내몰렸다. 그러다 2019년 12월 마지막 기회였던 4차 매각에서 HSG중공업·큐리어스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기사회생했다. 이어 지난해 5월 법정관리에서 벗어났고 ‘HSG성동조선’으로 사명을 바꿨다.

인수 직후, 현장 노동자 250여 명을 우선 복직시킨 경영진은 야드를 정비하며 공장 재가동을 준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일감 확보가 난망해지면서 나머지 휴직자에 대한 복직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러다 수주 부진에 허덕이던 대형 조선사들이 지난 연말, 주력 선종인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몰아치기 수주에 성공하면서 성동조선도 숨통이 틔었다. 당장 신조선 시장에 뛰어들기는 어려운 상황에 블록 수주 등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도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회 박경태 성동조선지회장은 “오랜만에 다시 찾은 이 기회가 헛되지 않도록 노사가 합심해 하루빨리 정상화된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지역 상공계는 성동조선의 재기 소식에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안정공단과 인접한 안정·황리지역 상인·주민으로 구성된 (사)안황지역번영회 관계자는 “걱정도 많았지만 다행히 첫 단추를 끼웠다. 성동조선의 명성을 되찾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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