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헌으로 지역 사회 기여하는 노조 모습 보일 것”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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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태 부산항운노조 위원장

이윤태 부산항운노조 위원장. 이윤태 부산항운노조 위원장.

"사회 책임은 이제 사측의 영역만은 아닙니다. 노조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11일 오전 부산 중구 부산항운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이윤태(50)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은 'ESG' 경영을 이야기했다. ESG 경영이란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영 기법이다. 경영진 입에서 나왔다면 평범한 이야기겠지만 노조 사무실에서 나온 이야기라 이색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역대 최연소… 부위원장 등 역임

부산형사회연대기금 4억 원 출연

1만 명 조합원 자부심 되살리기 앞장


지난해 부임한 이 위원장은 부산항운노조 역대 최연소 위원장이다. 그동안 총무기획부장과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항만 자동화와 북항 통합 개발 등 부산항의 주요 현안 해결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구성과 활동에 주력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이 최근 보이는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다. 부산형사회연대기금에 4억 원과 매달 2000만 원씩 내기로 했고,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기금 1억 원도 기꺼이 내놓았다. 또 부산시 동구청과 협약을 맺고 저소득층, 조손가족, 다문화가족들에게 2500만 원을 지원했다. 2019년 5월부터 지금까지 일시금으로 낸 금액만 5억 원이 넘고, 매달 2000만 원 이상의 정기 후원금이 나간다. 이 모든 사회 공헌이 먼저 항운노조에서 나서서 요청한 것들이다.

"부산에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때 감천항에서 일하는 노조원은 물론 항운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항운노조 소속이라고 말도 못 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노조가 있는 우리도 힘든데 자신을 지켜줄 노조도 없는 노동자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습니다."

이윤태 부산항운노조 위원장. 이윤태 부산항운노조 위원장.

한편으로는 기가 죽어있는 항운노조 소속 노동자들의 자부심을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항운노조는 채용 비리 등으로 인해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일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힘든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래도 부산항운노조 조합원들은 국가의 물류를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하지만 여러 사건에 연루되며 마치 '적폐'처럼 취급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조합원들의 자부심도 커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코로나19로 노동자들이 어려운 시기는 소위 '울어서 뭐든 더 받아야 와야 하는 시기'인데 성금을 쾌척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 위원장의 생각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이 위원장은 판공비, 차량 등 위원장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많이 내려놓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항운노조의 사회공헌 활동이 전국 노조가 변할 기회가 되기를 희망했다. 이 위원장은 전국항운노조연맹, 한국노총 부산지부 등에도 이러한 사업의 취지와 뜻을 설명할 계획이다.

"부산항운노조는 부산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작지 않습니다. 사실상 한국노총의 근간이기도 하며 1만 명이 넘는 회원을 가지고 있는 큰 노조입니다. 앞으로는 사회 공헌 등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노조의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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