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 888 >‘소띠해’는 없다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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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소고기/쇠고기’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 표기일까. 뭐, 우리말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라도 다 맞힐 만한 문제이긴 하다. 아시다시피 답은, 둘 다.

복수표준어를 다룬 표준어규정 제18항에는 ‘쇠-’를 원칙으로 하고 ‘소-’를 허용한다고 돼 있다. 즉, 쇠가죽, 쇠고기, 쇠기름, 쇠머리, 쇠뼈가 원칙이지만 소가죽, 소고기, 소기름, 소머리, 소뼈도 허용한다는 것. 이처럼 보기로 나온 말들뿐만 아니라 쇠갈비/소갈비, 쇠고집/소고집, 쇠뿔/소뿔, 쇠털/소털처럼 ‘쇠-/소-’는 많은 복수표준어가 있다.

한데, 쇠달구지/소달구지, 쇠도둑/소도둑, 쇠몰이/소몰이는 ‘소달구지, 소도둑, 소몰이’로만 써야 한다. 이유는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에서 알 수 있다.

*쇠-: (일부 명사 앞에 붙어)소의 부위이거나 소의 특성이 있음을 나타내는 접두사.(쇠간./쇠고기./쇠고집.)

즉, 달구지나 도둑, 몰이는 소의 부위나 특성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어서, 접두사 ‘쇠-’ 대신 ‘소-’만 써야 하는 것.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 ‘쇠수레’ 없이 ‘소수레’만 올라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를 맞아 소와 관련한 우스개를 인터넷에서 봤다. 소가 한 마리, 두 마리, 네 마리, 여러 마리일 때 뭐라 하느냐는 물음에 ‘소원, 투우, 소포, 소스’라고 답하는 만화다. 이어 소가 단체로 노래 부르는 건 ‘단체 소송’, 소가 웃는 소리는 ‘우하하’, 소가 죽으면 ‘다이소’라는 넉살이 뒤따른다. 순우리말과 한자말, 외국어를 넘나드는 재치가 마지막 컷 ‘우꼈소?’에서 봉오리를 터뜨린다.

한데, 이런 재치는커녕 우리말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언론이 있어 새해부터 좀 마뜩잖다. 〈송아지 세쌍둥이 ‘소띠해 복덩이’〉라는 어느 신문 기사는 ‘소띠 해(신축년)를 앞두고 한우 세쌍둥이가 태어났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또 다른 신문은 〈“소띠해 다른 걱정없이 우직하게 배 만들고 싶어요”〉라는 제목을 뽑았다. 하지만 이 신문들이 쓴 ‘소띠해, 소띠 해’는 말이 안 되는 말들. 표준사전을 보자.

*소띠: 소해에 태어난 사람의 띠.(나이로는 두 사람이 같은 기축생 소띠 동갑이라도 학교로는 종술이가 일 년 선배였다.〈윤흥길, 완장〉)

이러니 ‘띠’는 사람에게만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하기는, 굳이 사전 뜻풀이가 아니더라도 동물이나 바위, 나무나 산에 ‘개띠, 닭띠, 말띠’를 갖다 붙일 사람은 없을 터. 올해는 소해, 2022년은 호랑이해, 2023년은 토끼해면 충분한데, 자신 없으면 그냥 신축년, 임인년(壬寅年), 계묘년(癸卯年)처럼 간지로 쓰면 될 일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세쌍둥이’도 사람에게만 쓰는 말.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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