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트럼프와 결별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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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8일 남겨둔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앨러모의 미국-멕시코 국경에 건설된 장벽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완공 기념행사가 열린 국경 장벽은 길이 약 640㎞에 최대 높이 9m에 이른다. 로이터연합뉴스

지지자들의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 하원의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12일(현지시간)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탄핵안 찬성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 하원 서열 3위에 해당하는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인 리즈 체니 하원의원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폭탄 선언을 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13일 공화당 내 탄핵 찬성표가 어느 정도 나올지 주목된다.

당내 ‘넘버3’ 체니 의원 비롯해
캣코, 킨징어 ‘탄핵 찬성’ 선언
당 지도부도 개인 판단에 맡겨
‘독자 행보’ 트럼프 “마녀사냥”

이날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존 캣코 하원의원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화당 내에서 첫 공개선언을 했다. 체니 하원의원,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 프레드 업턴 하원의원 등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잇따라 선언했다.

특히 당내 ‘넘버3’ 체니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의회를 공격한 폭도들을 불러모아 공격의 화염에 불을 붙였다며 탄핵안 찬성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평소 반(反)트럼프 인사로 꼽혀온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체니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 행보에도 공개적 비판 입장을 취해왔다. CNN방송에 따르면, 그는 지난 11일 공화당 의원들과의 전화에서 탄핵안 투표를 ‘양심의 투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화당 내 균열 기류는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감지된다. 공화당 지도부는 지난 2019년 12월 하원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을 당시 ‘이탈 방지’에 주력해 찬성표가 한 표도 나오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엔 반대 표결을 강제하는 대신 의원들 개개인의 자유투표에 맡기기로 하는 등 사실상 방치한 듯한 흐름이다.

더불어 상원 공화당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마저도 사적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매코널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데다 공화당 의원 일부도 탄핵에 가세하면서 오는 13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매코널 원내대표가 찬성 쪽으로 공식 입장을 정할 경우 무게가 최종 탄핵 쪽으로 급격히 쏠릴 전망이다. 매코널 원내대표가 탄핵안의 최종 운명을 정하는 데 있어 ‘칼자루’를 쥔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 웨이’ 행보는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텍사스주 알라모의 멕시코 국경 장벽 완공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고 엄청난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정치 역사상 가장 큰 마녀사냥의 연속”이라고 비난했다.

국경 장벽 완공 행사에 참석해서는 “민주당이 자신의 직무 박탈을 위해 발동을 추진 중인 수정헌법 25조는 나에게 아무런 위험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날 방문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박탈을 위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처리하는 날에 이뤄졌다. ‘반(反) 이민정책’의 상징인 국경장벽 앞에서 지난 6일 지지자들의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첫 공개 행사를 열어 민주당의 시도를 맞받아친 것이다.

한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공식 거부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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