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제대로 망가졌습니다, 차인표처럼… 하하”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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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차인표’역 차인표

배우 차인표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차인표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차인표(54)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로 대중 앞에 섰다. 2008년 ‘크로싱’ 이후 무려 13년 만에 주연 옷을 입었다. 그런데 어딘가 특이하다. 작품 속 차인표는 흙탕물을 뒤집어쓰는가 하면 러닝타임 내내 속옷 바람으로 활보한다. 그동안 그를 상징했던 바르고 점잖은 얼굴은 오간 데 없다.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차인표는 “스스로 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이 강해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고 입을 뗐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물간 왕년의 대스타 ‘차인표’다. 애완견과 산책을 하다 흙탕물을 뒤집어쓴 차인표가 붕괴된 건물 안에 알몸으로 갇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위기 상황에서도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웃픈’ 웃음을 유발한다. 차인표는 “배우로서 위기의식을 느낄 때 만난 작품”이라며 “이미지 안에 갇혀 있는 작품 속 차인표의 모습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13년 만에 ‘왕년의 대스타’ 주연 맡아

러닝타임 내내 속옷 바람 활보

“나의 전성기는 언제나 ‘오늘’

연기자로서 갈 길은 아직도 멀어요”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로 13년 만에 주연 옷을 입은 배우 차인표.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로 13년 만에 주연 옷을 입은 배우 차인표. 넷플릭스 제공

차인표는 1994년 데뷔작인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로 하루아침에 ‘톱스타’가 됐다. 당시 극 중 검정 가죽 재킷을 입고 멋들어지게 오토바이를 타던 모습과 검지를 좌우로 흔드는 장면은 27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차인표는 “그 손가락 포즈는 저를 벼락스타로 만들어준 징표인 동시에, 이미지 액자에 갇혀 좀 더 자유롭게 연기하지 못하게 된 저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바른 생활 사나이’ ‘백마 탄 왕자님’과 같이 연예계 생활 내내 자신을 따라다닌 수식어도 언급한다. 그는 “대중이 부여해 준 이미지를 지키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그게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더라. 자신을 통제하느라 새로운 변신에 도전하지 못했다”고 했다. “인생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을 뛰고 있어요. 그동안의 행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다는 생각했을 때 마침 이 영화를 만났죠. 전 이제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재미난 작품을 계속하며 연기를 하고 싶어요.”


영화 ‘차인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영화 ‘차인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영화 ‘차인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영화 ‘차인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영화 속 차인표는 실제와 허구가 혼합된 캐릭터다. 극 중 차인표는 샤워하면서도 손가락을 흔들며 왕년의 인기에 젖어 산다. 하지만 실제 차인표는 “찍으면서도 민망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봐도 여전히 민망했다”며 웃었다. 실제와 작품 속 캐릭터는 절반 정도 닮은 것 같단다. 그는 “전 폐소공포증이 있어서 극 중 캐릭터처럼 그렇게 오랜 시간 좁은 곳에 못 갇혀 있는다”면서 “아내에게 혼나는 장면은 실제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미난 촬영 에피소드도 덧붙인다. “여성용 팬티만 입은 채 구출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 내용을 보조출연자분들이 모르고 있다가 절 보고 깜짝 놀라셨죠. 막판에 이렇게까지 나와야 하는 건가 싶었어요. 하하.”

차인표는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좀 더 자유롭게 연기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연기자로서 부족함을 느끼며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그는 지인과 함께 영화와 드라마 창작 공부도 하고 있다. “대중이 봐주시는 저의 전성기는 데뷔 초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전성기는 ‘오늘’이에요. 연기자이자 영화인으로서 모두 아직 갈 길이 멀거든요. 재능 있는 분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만드는 ‘진짜’ 영화인이 되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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