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그룹 책임경영 주문에 르노삼성차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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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그룹이 자회사 르노삼성자동차에 책임경영을 주문하고 나서 지역 경제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 부산일보DB

르노그룹이 지난 14일(프랑스 현지시간) 자회사 르노삼성자동차의 실적 부진에 대해 비용절감 등 책임경영을 주문하고 나서면서 지역 경제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013년 이후 꾸준한 실적을 낸 상황에서 지난해 실적 부진만으로 책임경영을 주문하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 부진 속에 그룹 차원의 비용절감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르노그룹은 이날 새로운 경영전략안인 ‘르놀루션’을 통해 시장 점유율·판매량 중심에서 벗어나 수익성, 현금 창출, 투자 대비 효과 등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영업이익률을 5%로 올리고 약 60억 유로(약 8조 원)의 누적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내수 증가 불구 수출 77% 급감
부산공장 지난해 700억 적자
수출 ‘로그’ 대체 차종도 없어
비용절감·구조조정 불가피
임금삭감 요구로 노조와 갈등
납품단가 인하 협력업체도 불똥

르노그룹이 코로나19 여파로 수조 원의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 글로벌 조직별로 책임경영을 주문하면서 지난해 적자를 낸 르노삼성차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선전했음에도 수출이 77.7% 급감하면서 7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냈고, 올해는 이렇다 할 신차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수출 물량 감소의 주된 요인은 그동안 수출을 주도해 온 닛산 ‘로그’가 생산라인에서 빠졌기 때문이며, 이를 대체할 차종도 현재로선 없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유럽에서 생산할 XM3를 부산공장에서 가져와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길을 만들었지만 코로나19로 현지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내수에서도 지난해 대비 감소가 예상돼 어려움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르노그룹이 글로벌 산하 조직별로 경쟁력과 비용 등을 책임진다고 발표하면서 르노삼성차 입장에선 비용 절감을 위한 조직개편과 구조조정 등도 불가피한 분위기다. 물량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11월부터 2교대에서 1교대로 돌아섰고, 공장가동률(2교대 연간 25만 대 생산기준)도 46%로 떨어졌다.

르노그룹은 지난해 5월 프랑스 내 인력 4600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1만 5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에선 지난 2012년 이후 8년 만의 적자에 대해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차에 과도하게 대응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2013년부터 적게는 444억 원에서 많게는 4175억 원의 흑자를 냈고, 이 기간 르노그룹이 가져간 배당액만 7000억 원이 넘었다. 사내 유보금도 9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2014~2015년께 당시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이 ‘2019년까지 로그 물량을 대체해야 회사가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그룹과 르노삼성차 경영진이 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임금 삭감 등으로 르노삼성차 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르노삼성차가 생산감소에 따른 감원 등 구조조정에 들어갈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은 물론이고,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파업카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 노동조합 이동헌 수석부위원장은 “지난해 이미 글로벌 감원을 발표했고, 부산공장의 경우 상시퇴직을 통해 인원 여유가 없는 상황이어서 구조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2019년 대규모 흑자에 대한 실적을 분배해야 할 임단협 테이블을 해를 넘기면서까지 끌고간 것은 지난해 적자실적을 반영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역 자동차 부품 업계에 미칠 파장과 관련,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실적이 좋지 않은데 르노삼성차에서 비용절감에 나선다면 납품단가 인하 등 협력업체들에도 여파가 미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면서 “자동차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기술 경쟁력이나 기업 성장에 신경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답답한 상황이 또 생겨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배동진·김영한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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