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돌아온 ‘정적’ 공항서 체포한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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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공격을 받고 독일 베를린에서 치료를 받던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17일(현지시간) 귀국해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에 체포됐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불리는 알렉세이 나발니(44)가 17일(현지시간) 자국 땅을 다시 밟자마자 전격 체포됐다. 독극물 공격으로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죽을 고비를 넘긴 지 5개월 만이다.

이날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교정 당국인 연방형집행국은 집행유예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레메티예보국제공항에서 나발니를 체포한 뒤 바로 구금했다. 나발니는 집행유예의 실형 전환을 위한 재판이 예정된 이달 말까지 구치소에 수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는 SNS를 통해 “푸틴은 자신의 독살 시도에도 내가 살아난 것에 너무 화가 나 러시아 연방형집행국에 나에 대한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바꾸도록 소송을 제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독살 고비 넘기고 본국 생환
러시아 야권운동가 나발니
입국장에서 구치소로 끌려가
전 세계 “즉각 석방하라” 규탄
러 외무부 “주권국 침해 말라”

나발니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각국에서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발니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석방을 요구했다.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제이크 설리번 역시 트위터로 “나발니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그의 목소리를 듣길 원하는 러시아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이날 트위터로 공개한 성명에서 나발니의 체포 소식에 우려를 표했으며,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나발니의 체포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 내 민주적 야권세력을 위협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비난했으며, 가브리엘리우스 란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도 나발니가 석방되지 않을 경우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가 EU에 러시아에 대한 제한 조처를 요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발니 체포는 18일 개회하는 유럽의회와 25일 열리는 외교이사회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국제법을 존중하며 주권국의 법을 침해하지 말고 자국 이슈나 다뤄라”라고 반박했다.

한편 유명 블로거이자 변호사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반부패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그는 현 집권 세력의 주요 경계 대상으로 정권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지난해 8월 러시아 국내선 항공기에서 독극물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뒤 독일로 이송돼 지금껏 재활 치료를 받아왔다. 독일과 프랑스 등 서방 연구소들은 나발니가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며 배후로 러시아 정부를 지목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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