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감사원에 중립 천명한 문 대통령 기자회견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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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18일 신년 기자회견을 중계한 국내 9개 방송사의 실시간 합계 시청률이 12.47%를 기록했다고 한다. 기자회견이 평일 오전에 열렸음에도 두 자릿수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취임 5년 차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방역·사회, 정치·경제, 외교·안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솔직하게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건 ‘회복’, ‘도약’과 함께 자신의 임기를 마무리 지을 국정의 화두로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지목한 ‘포용’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이다.

윤 총장·최 원장 정치 의도 주장 일축
국론 분열시키는 소모적 논쟁 그쳐야

문 대통령은 지금껏 국론을 분열시켜 온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두 기관의 갈등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개인적인 감정싸움으로 비친 부분에 대해서도 반성할 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말로 적극적인 신뢰를 나타냈다. 윤 총장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검찰 수사를 편파적으로 지휘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윤 총장을 검찰 개혁의 걸림돌로 지목하며 각을 세워 비판하는 민주당 등 여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 셈이다.

한창 논란이 됐던 감사원의 월성 원전 감사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월성 원전에 대한 두 차례의 감사는 한 번은 국회 상임위원외의 감사 의결 요청에 따라, 다른 한 번은 공익 감사 청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특정한 의도를 갖고 여권은 물론 심지어 청와대 인사까지 겨냥해 감사를 주도했다는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월성 원전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감사원으로부터 수사기관으로 이첩된 데 따라서 이뤄진 것이지 정치적 목적의 수사는 아니라고 단정했다. 감사원의 감사나 검찰의 수사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재천명했다.

검찰과 감사원에 중립을 지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이런 입장 표명으로 그동안 윤 총장과 최 원장에 대해 맹공을 퍼부어 온 여권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석달도 채 남지 않은 부산·서울 시장 보궐선거 등 향후 정치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도 여권은 큰 부담을 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 여권과 어긋나는 행보를 보인 것은 남은 임기 동안 여야의 정치적 갈등에 좌우되지 않고 국정 운영에 매진하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이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당연한 일이며, 존중돼야 한다.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소모적 정쟁으로 정국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를 그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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