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벌 경영권 승계 부정 청탁에 철퇴 내린 이재용 구속 수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8일 서울고법 형사1부는 국정농단 관련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경제단체와 유명 기업인들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삼성그룹의 영향력 등을 이유로 이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잇달아 호소하는 가운데 내려진 최종 판결이다. 사법부가 부정부패의 근원인 정경유착에 대해 엄벌함으로써 법 집행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웠다고 할 수 있다.
실형 선고한 유죄 판결로 사법 정의 실현
정경유착 근절·투명한 기업 계기 삼아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 등을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강하게 질타했다고 한다. 앞서 1심은 뇌물액 중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 72억 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 원 등 89억 원을 유죄로 판단해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36억 원만 뇌물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최종적으로 파기환송심은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에 따른 횡령액을 승마 지원 70억여 원, 영재센터 후원 16억여 원 등 86억 8000여만 원이라고 판시하고, 삼성 측이 정 씨에게 건넸다가 돌려받은 말 ‘라우싱’ 몰수를 명령했다.
이는 정 씨의 말 구입비 34억 원 등을 뇌물로 보지 않고 무죄로 판단해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한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기업 경영을 이유로 재벌에게 유독 관대해 유전무죄 논란을 부르며 국민들의 불만을 샀던 사법부의 기존 판결 관행을 끊고 법과 양심에 따라 준엄한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평가된다. 파기환송심은 이 부회장의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경영진 4명에 대해서도 실형을 선고했다. 이 같은 판결은 이 사건 첫 공판에서 재판부가 삼성에 준법 경영을 위한 감시기구 설치를 주문했지만, 삼성의 그간 노력에 대해 법원이 실효성과 지속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삼성 측의 반성이 필요하다.
이번 재판은 대통령과 비선 실세가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노린 재벌 총수 측과 부당한 거래를 한 데 대한 심판인 셈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을 구속 수감한 이번 판결은 재벌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 청탁에 철퇴를 가했다는 점에서 사법 정의가 살아 있음을 확인시킨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14일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을 확정한 대법원 재상고심과 더불어 국정농단과 관련한 사법적 심판의 큰 줄기가 마무리됐다는 의미를 가진다. 시장경제를 어지럽히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기업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