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자이 시행사 “원분양가 수준 재분양” 해운대구청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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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세대의 불법 청약 사실이 확인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자이. 정대현 기자 jhyun@

아파트 공급계약 취소를 놓고 입주민과 갈등을 빚는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자이(부산일보 1월 8일 자 12면 등 보도) 시행사가 “재분양은 하되,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관할 해운대구청은 “선의의 피해자 구제가 먼저”라며 “재분양 승인을 하지 않겠다”고 재차 밝혔다.

마린시티 자이 시행을 맡은 A사는 18일 불법 청약이 확인된 41세대를 ‘원분양가에 근접한 시세’로 재분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재분양을 통해 원래 당첨돼야 하는 실질적 피해 청약자와 다수 무주택자 등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게 합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는 시행사가 집값 상승분을 노리고 공급계약을 취소하려 한다는 일부의 비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시행사 “선의의 피해자 구제도
법과 제도를 통해 이뤄져야”
입주민 “불법청약 알고도
사업자 아무런 조치 안 해”
구청 “피해자 보호 최우선
구제 대책 없을 땐 입장 불변”

A사의 입장은 불법 청약으로 시장 질서가 교란됐으니 법에 명시된 대로 공급계약을 취소해야 하고, 선의의 피해자 구제도 불법 계약 유지가 아니라 법과 제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A사는 “문제의 41세대가 원소유주에게 시세에 따른 프리미엄을 지급했다면 원소유주와의 소송을 통해 프리미엄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행사와 대치 중인 입주민들은 이날 갑작스러운 시행사의 입장 발표에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대책을 빼놓은 뒤늦은 대처’라고 반발했다. 이들 입주민은 “입장문 어디에도 사업자가 예전부터 일부 세대에서 드러난 불법 청약 사실을 알고도 그동안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국토부와 해운대구청은 소명서와 증거자료를 토대로 우리가 선의의 피해자임을 입증했는데 시행사는 변명만 한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서류 조작 등으로 불법적으로 아파트를 특별공급받은 원당첨자는 놔두고 최종 매수자에게서 아파트만 빼앗는다면 이 같은 불법행위는 앞으로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운대구청도 해당 세대 재분양 승인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18일 본보에 “선의의 피해자가 실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원분양가로 재분양을 한들 승인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대책 없이는 입장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법적으로 대응을 해 오면 구청에서도 철저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마린시티 자이 아파트에서는 총 41세대의 불법 청약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이어졌다. 시행사는 주택공급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불법 청약을 모른 채 웃돈을 주고 아파트를 구매한 입주민들은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아파트 시세가 많이 오른 상태라 시행사가 재분양가를 높여 이윤을 챙기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하태경(해운대갑) 국민의힘 의원은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주택 매수인이 공급질서 교란 행위와 관련이 없음을 소명하면 주택 공급계약을 취소해서는 안 된다’는 새 조항이 포함됐다. 단,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마린시티 자이 입주민에게 해당 개정안이 소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시행사는 공급계약 취소를 추진하지만 관할 구청은 승인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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