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룡 칼럼] 당신의 체온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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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어딜 가든 체온을 묻는다. 당신의 체온은 얼마라고 인식토큰을 던지면서 입실을 허락하고 착석을 지정한다. 마스크와 더불어 체온 측정은 코로나19 이후에 달라진 일상 가운데 하나이다. 마스크가 상호 방역의 의미라면 체온은 감염되지 않은 몸을 증명한다.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몸의 상태는 발열로 나타난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과도한 발열 못지않게 심각한 상황이 저체온이라고 한다. 차가워진 몸은 죽음을 연상하게 한다. 어느 철학자는 추위에 떨고 있는 인간의 요구는 싸늘한 빛이 아니라 따스한 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코로나 이후 소중해진 체온 관리

부산의 체온 어떠한지 질문 필요

동맥 경화 실핏줄 원활하지 않아

로컬·국가·세계 여러 겹의 눈으로

수직 도시 거부하고 거리에 서서

시민 체온 느끼는 시장 나오길 고대


화제를 바꾸어 부산의 체온이 궁금하다. 발열 상태일까 저체온일까? 이러한 느낌은 부산을 구체적으로 감각하는 이들이 잘 알 터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그들의 눈높이에서 일하는 활동가들, 기초단체장과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비상 상황 속에서 늘어난 보행의 경험은 이들의 눈길, 발길, 손길을 체감하게 한다. 차가운 대지 속에 씨앗이 움트는 예감과 같이 이들이 부산의 희망을 전한다. 이들이 있어서 시장 복이 없는 부산사람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그동안 부산을 제대로 실감하는 시장에 대한 기대는 자주 무너졌다. 수평 감각이 부족한 가운데 격차와 분열이 도드라진 수직 도시를 만들고 말았다. 알렉산더 가빈은 위대한 도시의 핵심 조건으로 공공공간을 들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모두에게 소중하며 시장 수요를 창출하면서 유지하는 장소들이 풍부한 공간을 말한다. 하지만 부산을 대규모 기념비적인 건설의 무대로 인식한 역대 시장들은 원근법에서 벗어난 실제의 현실이 더욱 심오하다는 감각을 자주 놓쳐 버렸다.

코로나19의 상황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낸 이들이 있다면 단연 16개 구군의 기초단체장들이다. 시장 공석 사태 속에서 이들이 부산의 체온을 감각하고 수행한 측면이 크다. 물론 시장은 다른 자리이다. 새로운 시장을 대망하면서 정파와 진영에 기대지 말고 자기만의 원근법에 사로잡히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서구의 원근법이 주체 중심이라면 동아시아의 산수화는 삼원법에 의해 구성된다. 위에서, 앞에서, 안에서 자연을 그려 내는데 주체가 아니라 자연이라는 대상이 중심이다. 그러니까 시장 또한 산수화를 그리는 화가처럼 도시와 시민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여기서 근경, 중경, 원경을 다 아울러 보는 시장의 삼원법을 제안한다. 미시적으로 로컬을 살피고 국가 차원에서 일하면서 국가를 넘어서 아시아 혹은 세계 속의 부산을 상상하는 여러 겹의 눈을 갖기를 바란다. 물론 나름의 비전은 중요하다. 하지만 과잉 비전은 포퓰리즘과 결탁하는 유혹을 떨쳐 내지 못한다. 공허한 추상을 반복하면서 시민을 현혹하지 않아야겠다.

근경의 감각을 갖기 위하여 고리 원전이 있는 곳에서 강서 낙동강 하구 유역까지, 영도에서 금정산 너머까지 순례에 나서기를 소망한다. 우리 도시의 동맥과 정맥 그리고 실핏줄이 처한 상태를 경험하는 시장을 원한다. 동맥은 경화되었고 실핏줄은 원활하지 않아 메말라 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니까 거리의 시장, 수평 공간의 시장을 기대하며 수직 도시를 거부하는 시장을 바란다. 중경은 국가 스케일 내에서 부산을 인식하는 눈을 말한다. 무엇보다 중경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가령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으로 인하여 창조도시, 문화도시라는 내발적 가치를 발굴하고 소통하는 일이 위축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원경을 보아야 해역과 아시아를 연계하는 부산이 보일 수 있다. 인천과 비교하는 일도 멈춰야 한다. 냉전체제 하에서 부산이 누린 영화를 냉전체제가 해체된 오늘의 시점으로 소환한들 무슨 소용에 닿겠는가. 인천은 인천대로 황해 시대의 길이 있고 부산은 부산대로 아시아 지중해 시대의 길이 있다. 그렇다고 하지만 섣부른 세계도시의 모방은 금물이다. 부산의 육체에 내재한 에너지를 벡터로 삼는 그림이 요긴하다.

일 년 남짓 임기의 시장을 다가오는 봄에 선출한다. 정말 부산을 실감하는 인물이 나와 큰 전환의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 정파와 진영에 기대어 현장의 구체를 놓치고 시민 위에 군림하는 이가 시장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부산의 내재적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시장을 대망한다. 자기가 선 도시의 현장을 무시하고 국가 스케일의 사업에 편승하면서 규모와 대외 이미지를 내세우려 하기보다 먼저 시민을 섬기는 자세를 가진 이가 없을까? 부산의 체온, 시민의 체온을 느끼는 시장, 아울러 시민이 당신의 체온을 느끼는 시장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벌써 허다한 인물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즈음에서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이 느끼는 부산의 체온은 어떠한가? 또한 당신의 체온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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