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사라진 도박판? 도박죄 대신 코로나 방역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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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4시 30분께 부산 서구 암남동의 한 건물 2층. 부산 서부경찰서 충무지구대 경찰관들은 도박판이 열렸다는 신고를 받고 신고 장소를 급습했다. “퉁퉁퉁” 경찰은 사무실 문을 두드렸지만, 문은 잠겨있었다. 안에서는 분주하게 무언가를 치우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문이 열렸다. 현장에서는 신고된 도박판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들은 출동한 경찰에게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되물었다. 현장에 있던 9명의 남성들은 빈 테이블 주변에 둘러 앉아 있었다. 그리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출동 경찰 증거 못 찾았지만
9명 넘어 감염병 예방법 위반

신고와 달리 도박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던 경찰은 당혹스러웠다. 도박을 벌인 혐의로 입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통상 부산공동어시장 인근 선원들이 출항 전 도박을 벌이고 도박판에서 돈을 잃은 이가 신고를 하는 전례에 비춰 충분히 도박이 의심됐지만, 증거가 없었던 것이다. 순간 경찰은 이들이 9명 모여 있는 것에 주목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감염병 예방법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경찰은 이들을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단속해 서구청으로 인계했다.

경찰은 해당 지역의 도박 단속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충무지구대 소속 간부 경찰관은 “어시장을 드나드는 선원들이 출항하기 전에 모여 도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도박 신고에 대비해 최근에는 낮에도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서구청은 감염병 예방법 위반이 확인되면 해당 남성들에게 각 10만 원씩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김성현·변은샘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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