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업계 제안 후 급물살… 문체부·부산시·전국구 인사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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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유라시아 랠리] 어떻게 가능했나

세계에서 가장 긴 평화 랠리인 유라시아 횡단 프로젝트는 2019년 한 모터사이클 동호인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을 횡단하는 ‘인생 도전’을 하는 이가 꽤 많다는 사실을 접한 부산관광공사 등 관광·마이스업계 관계자들이 국제 관광도시 프로그램으로 이를 제안하면서다.

부산이 대한민국을 순환하는 7번과 77번 국도의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21세기 유라시아 시대에 유럽으로 통하는 아시안하이웨이 1번과 6번 루트의 출발점이어서 그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코로나19와 취업난 등으로 실의에 빠진 청년들의 꿈과 비전을 유라시아로 확장하게 하는 효과도 기대됐다. 당장 북한에 철도나 도로를 건설하지 않더라도 모터사이클과 4륜 구동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면 온오프로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모터사이클 동호인 경험 모티브
문체부 4월 추경예산 확보 예정
명예조직위원장엔 송영길 의원

세계의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이 아시안하이웨이의 출발지인 부산에 모여 성대한 출정식과 페스티벌을 열고, 아시안하이웨이를 따라 북한 두만강, 시베리아와 독일 베를린 장벽을 거쳐 유럽 대륙의 서쪽 끝으로 유명한 포르투갈 호카 해변까지 2만km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게 랠리의 목표이자 완성체다.

하지만 현재 남북 상황으로는 동해항에서 선박으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설적으로 70년이 넘도록 휴전 상태로 분단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중요성을 세계인에게 알리는 ‘평화의 여정(Peace Rally)’이 될 수 있다. 주최 측은 러시아 연해주의 독립 유공자 유적지를 탐방하고, 베를린 평화의 장벽에서 해외 교포들에게 헌정하는 행사도 마련하는 등 평화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트랜스유라시아 나호주 상임위원장은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일본 등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대한민국을 유라시아와 환태평양 세력을 연결하는 교량 국가로 건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통일 이전에 민간에서 먼저 남과 북을 이어 교류하고 길을 트게 되면 세계인들이 통일의 가능성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랠리는 지난해 10월 사단법인이 만들어진 뒤 급물살을 탔다. 국제관광도시 예산을 검토하던 중 랠리의 가능성을 감지한 문화체육관광부가 별도의 사업으로 키워 보자고 제안했다. 문체부는 올 4월 추경예산에 사업 예산을 포함할 예정이며, 부산시도 이에 맞춰 예산을 책정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행사 조직도 탄탄한 ‘전국구’로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7월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던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의장인 송영길 의원이 명예조직위원장을 맡게 됐다. 조직위원장에는 김의배 그린월드(주) 회장이 합류했고,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과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이병한 원광대 교수, 이은 명필름 대표 등이 자문단으로 참여한다. 또 16명 안팎의 전국 오피니언 리더를 고문단으로 위촉할 예정이다. 랠리의 취지에 공감한 국내외 기업의 후원과 참여 문의도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가 가장 큰 변수이지만, 올해는 소규모 유라시아탐험대와 일반 동호회 두 팀으로 나눠 랠리를 운영한다. 유라시아탐험대는 청년과 여성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7~8명을 공모로 선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랠리가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 규모가 3000대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트랜스유라시아는 전 구간을 종주하는 팀은 30~50대 규모로 예상한다. (사)트랜스유라시아 한미영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세계 최장 평화 랠리를 종주하고 싶은 국내외 라이더와 SUV 동호인들의 참여가 줄을 이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세익·안준영 기자 run@·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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