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철기문화 원류 ‘달천철장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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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흙이 드러난 달천광산. 검붉은 토양은 철이 풍화된 가루가 흙에 많이 함유됐기 때문이다. 울산발전연구원 제공

울산발전연구원이 우리나라 철기문화의 산실인 울산 달천철장을 둘러싼 수수께끼 같은 논란과 역사적 의미를 다룬 탐구서 ‘한반도 철기시대 살찌운 2천 년 통조림(저자 김한태 전문위원)’을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책은 삼한 시대부터 이어진 달천철장의 깊은 역사성에 방점을 두고 그간 소홀히 여긴 문화사적 가치를 되짚어 본 종합 보고서다. 저자는 “50년 이상 다퉈온 진한(신라)-변한(가야)의 제철 역사 특허권 분쟁의 최종 권리가 울산 달천에 있음”을 강조한다.

울산발전연구원 탐구서 발간
홀대한 문화사적 가치 재조명

책에 따르면 지금까지 고대 제철 발흥지는 진한(辰韓) 사로국인지 변한(弁韓) 가야국인지 분명치 않다. 어떤 학자는 울산 달천광산 일대라고 주장하고, 어떤 학자는 김해가 철의 왕국이라고 주장한다. 이 혼란은 중국 역사서가 한반도의 고대 제철 산업장을 기술하면서 변한과 진한을 구분하지 않고 변진(弁辰)으로 뭉뚱그려 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 금속분석을 통해 ‘변진 국출철(國出鐵·나라에서 철이 나온다)’의 실체를 밝히는데 바짝 다가섰다. 김해 지방에서 발굴한 철제유물에서도 비소가 검출되면서 그 철의 원산지가 울산 달천광산임을 깨달았다. 고대 제철품에서 비소가 검출되는 것은 달천광산 철광석으로 만든 것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비소가 일종의 역사 특허권 분쟁을 푸는 핵심증거가 된 것.

김 위원은 “이 분쟁만 매듭되면 교과서도 수정되고 나아가 몇몇 연구자들이 개척하는 ‘쇠부리길’과 ‘아이언 로드’의 출발점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달천철장은 삼한 시대 석탈해가 쇠를 뽑기 시작한 이래 2002년까지 캤다고 한다. 현재 고대의 역사를 간직한 땅은 몇십 년 사이 개발 열풍에 밀려 대부분 사라졌고, 광산의 흔적이 자투리나마 남아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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