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치료 못 받는 고통은 의료진이 제일 잘 알지요"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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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재 부산백병원 인당후원회장

이연재 부산백병원 인당후원회장. 강원태 기자 wkang@ 이연재 부산백병원 인당후원회장. 강원태 기자 wkang@

"단돈 10만 원이 없어서 치료 못 받는 안타까운 처지의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부산진구 개금동 부산백병원에서 만난 이연재 원장은 우리 의료의 현실을 이렇게 전했다. 이 원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도움 필요한 취약계층을 발굴해 다양하게 지원하지만, 아직 병원을 오가는 이웃 중에는 비싼 병원비가 자신의 병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부산백병원이 1994년 결성한 것이 ‘인당후원회'다. 교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치료비·검사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2400명의 교직원 중 약 1000명가량이 월급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인당후원회가 지원한 금액이 약 3억 3000만 원에 이른다. 이 원장이 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30년 가까이 기부를 이어올 수 있는 것은 의료 현장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당(仁堂)’은 백병원 설립자인 고 백낙환 선생의 호다.


이연재 부산백병원 인당후원회장. 강원태 기자 wkang@ 이연재 부산백병원 인당후원회장. 강원태 기자 wkang@

이 원장도 월급의 10%가량을 기부한다. 이 원장은 인당후원회 기부는 강제적이지 않으며,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병원 원보를 통해 어떠한 사람들이 후원회의 도움을 받고 새 삶을 살아가는지 소개하고 후원회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며 "후원 직원 수가 크게 늘지는 않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줄지 않는 것만 해도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갓 출소해 새 삶을 살아보고자 했지만 심장에 큰 문제가 생겨 인당후원회의 도움을 받은 한 남성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요구르트와 같은 선물을 들고 의료진에게 감사해하기도 했다.


이연재 부산백병원 인당후원회장. 강원태 기자 wkang@ 이연재 부산백병원 인당후원회장. 강원태 기자 wkang@

기부는 병원 울타리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민간단체에서도 기부 문의가 온다. 최근에는 한 산악자전거 동호회에서 현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환자가 후원하고 싶다고 문의해 오기도 한다. 최근 배 속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서 다른 병원에서 분만을 거부당한 한 고위험 산모가 부산백병원에서 무사히 출산하고 난 뒤 다른 아이와 산모를 위해 써달라며 후원을 문의해오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이런 분들을 볼 때 기부는 전염되는 것이라고 느낀다”며 “의료진들도 사연을 듣고 뿌듯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는 한 사람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좋은 사회란 순환이 잘 되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한 단계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디딤돌을 만들어 주는 것, 그 게 부산백병원 교직원들의 목표이고 후원의 동기"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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