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의당 대표 성추행 사퇴, 막장까지 간 지도층 성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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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2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져 당대표에서 물러났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의 성추행 비위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15일 저녁 여의도에서 당무 면담을 위한 식사 자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게 정의당의 공식 발표다. 정의당은 회견에 앞서 긴급 대표단 회의를 열고 당 징계 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 제소를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김 대표를 직위해제했다. 기성 정당에서 당대표가 성 비위로 물러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너무나 당혹스럽다. 그것도 젠더 이슈와 인권, 성평등 가치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 목소리를 높여 온 정의당에서 일어난 성비위 사건이라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당대표 사퇴했지만 무관용 대응하고
환골탈태하는 정의당 모습 보여 주길

공당의 대표가 현역 동료 의원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다. 배 부대표도 지적했지만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유력 대권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비롯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소위 정치사회 지도층이 저지른 성범죄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2일에는 전 녹색당 당직자가 성폭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개인의 일탈 이전에 진보 진영 조직과 문화에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 것은 “어떤 여성이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들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한, 누구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시 말해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 역시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성추행 피해 당사자임을 공개한 장 의원이 입장문에서 밝혔지만, “함께 젠더 폭력 근절을 외쳐 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 대표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는 것이 십분 이해된다.

정의당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 장 의원이 입장문에서 강조하듯 “피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닥쳐올 2차 가해가 참으로 두렵지만, 그보다 두려운 것은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라며 “제가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정치라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일상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하면서, 가해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환골탈태하는 정의당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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