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세 환자 고관절 수술, 정말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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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늘어나는 고령환자 수술

102세 환자가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주치의와 함께 보행훈련을 하고 있다. 부산고려병원 제공

“102세인데 수술해도 될까요?” “그래도 해보시죠.”

올해 102세인 전 모 씨가 이달 중순 침대 아래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것을 보호자가 발견했다. 어떻게 넘어졌는지, 미끄러졌는지 알 수 없지만 오른쪽 고관절을 다쳐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보호자는 급히 구급차를 불러 환자를 부산고려병원 외상진료실로 옮겼다. CT 촬영 결과 오른쪽 대퇴골 위쪽이 골절돼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환자가 102세로 초고령이라 수술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수술 중에 심폐기능과 간기능, 신장기능의 저하가 일어날 수도 있어 성공적인 수술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선뜻 수술을 결정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수술을 안할 수도 없었다. 고관절 부위가 골절 되었을 경우에는 극심한 통증과 거동이 불가능해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아픈 게 당연하다’ 인식 줄어
‘치료 받고 건강한 여생 즐기자’는 추세
수술 없이 침대 생활, 사망률 높아져
수술 전 심장·폐·간 등 상태 검사해야

■고관절 인공관절수술 받은 102세 어르신

제4기 관절 전문병원에 재지정된 부산고려병원 안재민 부장은 “환자가 초고령이라 수술에 대한 위험이 매우 높지만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나 조금 더 편안하고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수술을 권유했다”며 “90세 이상 고령 환자의 경우 수술시기를 놓치거나 수술이 지연된다면 1년 내에 환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크게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의학적으로 50세 이상 환자가 골절로 수술을 진행할 경우 1년 내 사망률은 16% 정도다. 반면에 움직이지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는 환자의 대부분은 수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주치의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주고 동의를 얻어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진행했다. 고관절은 골반과 대퇴골(넙다리뼈)을 잇는 관절이다. 동그란 대퇴골 골두가 골반의 움푹 들어간 부분인 비구에 들어가 관절 운동을 한다. 손상받은 뼈와 관절연골을 제거하고 인공관절물로 관절을 대체한 후에 수술이 마무리됐다.

환자는 수술 후 통증이 많이 줄어들고 침대에 앉아서 식사를 할 정도로 회복이 좋다. 수술 후 3일 차부터는 물리치료실에서 보행연습과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고 있다.



■나이들면 아픈 게 당연한 것은 아냐

대개 90세 이상의 고령 환자인 경우에는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가벼운 외상수술이라면 몰라도 척추나 무릎 인공관절 수술처럼 마취가 필요한 수술은 특히 그렇다. 수술을 하는 것보다는 안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술 부작용 등의 리스크와 수술 후의 예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될 것인지 등을 따져 볼 때 안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것이다. 의사도 그렇게 판단하고 환자나 가족들도 무리하게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동안 수술을 피하는 쪽으로 대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령자의 수술에 대한 접근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환자가 고령인 경우 의사나 보호자가 수술을 기피했지만, 최근에는 수술을 피할 이유가 없다며 권유하는 분위기다. 적극적으로 질병을 치료해서 건강하게 여생을 즐기자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초과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이 되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이에 따라 고령환자의 수술 건수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아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살겠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고려병원은 지난 2020년 90세 이상 환자 27명이 수술을 받았고, 100세 환자도 1명이 수술을 받았다. 척추와 무릎질환 수술로 결코 가벼운 수술이 아니었다.

통상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주치의는 환자의 심장, 폐, 간, 신장 등의 상태가 양호한지를 검사한다. 검사결과 수술을 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면 수술 일정을 잡게 된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는 인슐린 등으로 수치를 줄이고, 고혈압인 경우는 적절한 약제를 써서 혈압 수치를 조절한 후 수술에 들어간다.



■환자 의지 강하고 위험 요인 줄이면 가능

강동병원 강신혁 병원장은 이달초 화장실에서 넘어져 고관절 골절상을 입은 97세 C 씨를 수술했다. C 씨는 5년 전에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요양을 하며 지내던 중 실내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왼쪽 고관절에 분쇄 골절이 일어났다.

전신마취를 하고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했는데 수술 경과가 좋은 상태다. 현재 환자는 재활치료를 열심히 하고 있고 며칠 후에 퇴원할 예정이다.

강 병원장은 “수술을 하지 않고 계속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면 대소변 등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또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폐렴, 욕창, 혈전증 등의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부산우리들병원 오현민 원장은 지난해말 척추관협착증으로 5년동안 고생해 온 93세 K 씨를 수술했다. 5년 전부터 허리와 양다리 통증 때문에 바로 눕지도, 다리를 펼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위험하니까 무리하게 수술할 필요가 있겠느냐. 아프면 약을 먹고 쉬는 게 좋겠다”는 말에 그동안 수술을 미뤄오다 오 원장의 권유로 수술을 결심했다.

오 원장은 “환자의 나이는 더이상 수술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 않는다. 환자가 낫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고 위험요인을 줄여 안전한 방법으로 수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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