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장’이 부른 과욕, 도시재생 사업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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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광풍’에 국비가 투입되는 정부 주도의 도시재생 사업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도시재생이 추진되는 마을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닥친 것이다. 자칫 도시재생이 진행 중인 곳에서 이를 뒤엎는 재개발이 추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25일 부산진구청에 따르면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지정된 부산진구 전포2동 ‘밭개마을’에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가 구성되고 있다. 국가 공모 사업에 선정돼 국비 투입이 확정된 마을에서 재개발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구청은 동향보고서를 작성하며 재개발 추진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5만 8600㎡에 달하는 밭개마을에는 897가구, 1700여 명이 산다.

전포 밭개마을 주거 개선 지구
최근 재개발 추진위 구성 움직임
국비투입 확정 사업 물거품 위기
구청, 외부 입김 추정 예의주시

밭개마을은 지난해 3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2020 도시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에 선정됐다. 전포 4·5 주거환경개선지구에 포함된 이 마을에는 2024년까지 예산 57억 원이 투입된다. 폐가 철거, 공원·쉼터 설치 등 여러 정비 사업을 통해 낙후 마을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부산진구청은 이를 위해 사업 계획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며, 올해 사업비 15억 1400만 원을 확보해 둔 상태다.

재개발추진위원회 구성을 주도하는 이는 외부인으로 추정된다. 밭개마을 주거환경개선지구 해제를 위한 주민 동의서까지 받고 있다. 마을 주민 50% 이상 동의서를 받을 경우 구청에 주거환경개선지구 해제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이는 사실상 마을 재개발 사업 추진을 위한 첫발이라는 게 구청 설명이다. 이후 사업 타당성 검토와 조합 설립, 구역 지정, 사업 승인 등 단계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한 도시재생 사업이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다. 수십억 원을 쏟아 공원과 쉼터, 도로 등을 재정비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더라도 재개발로 무산되는 셈이다. 재개발 사업 시행인가가 날 경우 진행 중인 도시재생사업은 모두 중단된다. 도시재생 사업은 ‘마을 존치’에 주거 환경 개선이 주목적이지만, 재개발은 ‘마을 철거’와 전면 신축이 목적이다. 도시재생과 재개발이 결을 달리하는 이유다.

밭개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이라는 것도 문제다.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대다수다. 재개발이 추진되면 주거환경 개선을 요구했던 대다수 노인들은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문제로 구청에 “재개발로 도시재생사업이 무산되는 거냐” “재개발이 정말 진행되는 거냐” 등의 우려 섞인 문의 전화가 이어진다.

해당 지역은 재개발 사업이 어려운 곳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마을과 붙어 있고 마을 뒤편으로는 사찰 부지가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10여 년 전 마을 주변에 재개발 움직임이 일기도 했지만 당시 전문가들이 밭개마을 재개발에 대해 ‘사업성이 낮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부산진구청 방재현 재개발계장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개발에 대한 기대가 많아 이런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며 “도시재생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인데, 재개발 움직임이 있고 주민들의 문의 전화도 계속 들어오는 만큼 재개발 동향을 계속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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