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서 또 쿠데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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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가 1일 새벽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뒤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문민정부 2기’를 이끈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은 구금됐다. 반세기 이상 지속됐던 군사 정권이 지난 2015년 종식되면서 민주화가 이뤄진 지 6년 만에 군부 집권이 부활한 것이다.

이에 수치 고문은 국민에게 쿠데타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져 미얀마 정국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군부, 1년간 비상사태 선포
문민정부 고위 인사들 구금
수치, 국민 향해 저항 촉구
국제사회 석방 요구 줄이어

이날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군 TV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선거부정에 대응해 구금조치들을 실행했다”면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권력이 이양됐다”고 밝혔다. 또 군부 성명은 군 출신인 민 쉐 부통령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쉐 부통령은 대통령 대행으로 활동하게 됐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수치 고문이 이끄는 NLD는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1962년 네윈의 쿠데타 이후 53년 동안 지속한 군부 지배를 끝냈다. NLD는 지난해 11월 열린 총선에서도 전체 선출 의석의 83.2%를 석권하며 승리해 ‘문민정부 2기’를 열었다.

그러나 군부는 선거 직후부터 유권자 명부가 860만 명가량 실제와 차이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급기야 지난달 26일에는 쿠데타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에는 군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군부는 이후 유엔 및 현지 외교사절단의 우려 표명이 잇따르자 같은 달 30일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했지만,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와 관련, NLD는 이날 수치 고문의 발언이라며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군부 행동은 미얀마를 다시 (군부) 독재 밑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나는 국민을 향해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말 것과 군부 쿠데타에 대항해 항의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국제사회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 젠 사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얀마 민주주의 제도에 강력한 지지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수치 고문을 포함해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호주 정부도 이날 미얀마 군부가 다시 한번 정권을 잡으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수치 고문 및 구금된 지도자들을 신속히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구금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수치 고문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얀마의 국부 아웅산의 딸인데다 민주화의 상징인 만큼 구금 이후 가택 연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수치 고문은 군사정권 아래 15년간 가택연금을 당하면서도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앞장서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15년 11월 자신이 이끄는 NLD 당이 총선에서 압승하고도 외국인 배우자나 자녀가 있으면 대통령에 입후보할 수 없다는 헌법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게 되자, 헌법에 없는 ‘국가 고문’(국가 자문역)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대통령 위의 지도자가 됐다.

이후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과 박해 그리고 미얀마군에 의한 ‘인종청소’를 묵인 또는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피소되기도 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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