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인사청문회, 이젠 제도와 관행을 다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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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안 재가로 지난달 28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문 정부에서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27번째 장관급 인사다. 물론 하루만 버티면 장관이 되는 나라라거나 인사청문회의 무력화 또는 형식화라는 문제 제기는 이번 정부만의 일은 아니었다.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청문위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나 증인 채택을 거부해 검증 자체를 봉쇄하거나, 청문위원들이 후보자에 대해 질문은 오래 하고 답변할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거나 ‘예/아니오’로만 간단히 답하도록 요구하거나,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인사권자가 임명을 강행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 국가 활성화된 청문회
야당 동의 없이 27번째 임명 강행

제도 목적이나 기능 실현하지 못해
‘절차’ 아닌 ‘검증’ 취지 잊지 않아야

3일 이내 인사청문 기간 확대하고
자료 거부·허위 진술 등 제재해야


인사청문회는 의회가 헌법기관이나 이에 준하는 중요한 국가 공직의 임명 전에 공직 후보자의 자질, 도덕성, 업무 적합성 등을 미리 검증할 목적으로 공직 후보자를 의회에 출석시켜 질의하고 답변과 진술 등을 듣는 절차이다. 인사청문회 결과를 토대로 의회는 인사권자에게 공직 후보자의 적합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활성화된 제도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융합적 구조가 기본인 의원내각제 국가와는 달리, 권력분립적 구조가 바탕인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의회가 국가의 중요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고위 공직자 인사에 있어서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과 횡포를 예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헌법 제정자들 중 한 사람이었던 매디슨의 생각처럼, 권력단절과 권력분립은 다른 의미다. 대통령제에서의 권력분립은 국가권력 기구 간의 철저한 단절 관계의 구현이 아니라, 권력 기구 간 견제 장치의 제도화를 통한 권력 간의 균형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정부 구성에 관한 의회의 견제 장치라는 의미로 제도화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사청문회 제도이다.

따라서 인사청문회가 제도 디자인대로 실행된다면 제도의 목적처럼 권력분립 원리가 실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위 공직자의 임명에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고, 후보자의 직무 적합성이 검증되며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국가기관 구성권의 협치까지 구현될 수 있게 된다. 또한 인사청문회는 ‘절차’가 아니라 ‘검증’에 방점을 둔 제도인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인사청문은 제도의 원론적 목적이나 기능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청문 결과의 기속력이 부인됨에 따라 인사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견제 효과는 적어진 지 오래고, 검증 절차는 정쟁화됨으로써 무엇을 검증하기 위한 자리인지 누구를 위한 검증인지조차도 드러내지 못함으로써 본질을 잃은 단순한 과정으로 전락했다고 볼 만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 제정을 통해 제16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11번의 개정을 거친 이 법에 대해서는 160여 건의 개정안들이 발의된 바 있다. 도덕성 관련 부분은 비공개·업무 관련성은 공개 청문회로 구분하는 방안, 국세청 등 다양한 기관의 참여와 사전검증 강화 방안, 인사청문회에서의 후보자의 허위 진술에 대한 책임의 법제화 방안 등.

인사청문회의 제모습 갖추기는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하는 데 적합한 업무 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국회에서 검증받는 제도 본질대로 ‘제대로 된 검증’ 절차 개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개선할 제도 내용으로는, 첫째 현행 인사청문 기간의 확대다. 현행법상 모든 절차를 마쳐야 하는 20일 중 실제 인사청문 기간은 3일 이내로 한정되어 있는데, 이는 충분한 인사 검증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기 때문이다. 둘째 인사청문을 위한 자료 제출기한 미준수에 대한 제재 수단 마련 및 자료 제출 거부 사유의 최소화다. 인사청문에 필요한 후보자 관련 자료는 인사청문회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전검증 절차 강화다. 미국의 경우처럼 철저한 사전검증이 이루어지면 최소한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검증을 마친 후에 본 청문회장에서는 전문성이나 업무 적합성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직 후보자의 답변권 보장 및 허위 진술에 대한 제재 수단 마련이다. 공직 후보자에게 충분히 답변할 시간을 주되, 고의적인 허위 진술의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는 아닐지라도 후보자가 책임질 수 있게 하는 제재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사가 만사인 것은 개인의 경우는 물론이고 국가 차원에서는 더 중요한 이치다. 그래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지는 인사청문회가 필요하고, 인사청문회의 제모습 갖추기에 법제의 개선은 물론이고 국회와 인사권자의 관행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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