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제로’ 여행업계… “알바로 버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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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여행업 생존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25일 부산시청 앞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입은 여행업계 종사자의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합금지 업종과 동일한 재난지원금 지급, 여행업 관련 세금·대출이자 감면 정책 등을 요구한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소규모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 모(45) 씨는 지난해 ‘매출 제로’의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월 평균 매출 2000만 원을 기록했던 곳이다.

김 씨는 “식당, 카페 같은 집합 금지 업종은 오후 9시까지 판매라도 할 수 있지만 여행업은 사실상 24시간 판매 불가”라며 “매출 70% 줄었다고 한탄하는 식당이 되레 부러울 정도”라고 호소했다.

집합금지 업종에 해당 안 돼
1년 정부지원금 달랑 100만 원
가족 운영 업체는 이마저도 없어
식구들 아르바이트로 생계 유지


여행업계가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사실상 ‘영업금지’ 수준의 직격탄을 맞았는데도 식당, 카페 등의 업종에 비해 지원이 적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2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의 여행업체는 총 1586개로 그 중 85%가 중소여행사다. ‘중소여행사’ 기준은 종업원 5인 미만, 연 매출 4억 원 이하다. 정부 지원금 지급 기준은 방역 조치상 행정처분 강도에 따르는데 중소여행사는 일반업종으로 분류된다.

지난 1년간 중소여행사에는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다. 반면 집합 금지 대상으로 분류된 실내체육시설, 대형 학원 등은 총 200만 원을 받았다. 여행사는 감염병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인데도 별도의 영업 제한 행정처분이 없었다는 이유로 가장 적은 지원금을 받았다. 집합 제한 업종보다 50만 원, 집합 금지 업종보다 100만 원 적은 수준이다.

지난달 초 지급된 3차 지원금에서도 영업 제한 업종과 여행업계 간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집합 제한 업종은 200만 원, 집합 금지 업종은 300만 원인데, 여행업계는 100만 원이 지급됐다.

여행업계는 제한된 여행 환경과 방역당국의 강화 수칙이 사실상 ‘영업금지’ 조처와 같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3월부터 일부 국가에서 시작된 한국인 입국 금지 제한조치로 해외여행은 불가능해졌다. 방역당국이 내놓은 숙박시설의 객실 이용률 50% 이내 제한,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 특별 방역 조치로 국내여행조차 힘들어진 상황이다.

정부가 여행업계를 위해 내놓은 각종 지원책도 대상이 제한적이다. 중소여행사는 지난해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됐다. 이 제도는 고용 사정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는 업종의 업주와 근로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 운영하는 영세 여행업체는 혜택을 볼 수 없었다. 대표자와 ‘고용 관계’가 아닌 ‘특수 관계’ 구조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하나투어 대리점을 운영 중인 이 모(50) 씨 가족이 그런 경우다. 이들이 함께 운영하던 대리점은 지난해 매출이 아예 없었지만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이 씨는 “여행업계 약 20%에 해당하는 가족 운영 업체들은 지원 사각지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씨의 가족 3명은 모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변은샘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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