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PC : 정치적 올바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Political Correctness)

코로나로 인해 저녁 모임이 없어져 전에 없던 저녁 시간이 생겼다. 지인들의 SNS 단체대화방에는 저녁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방법이 자주 이야기된다. 대체로 공감하는 방법의 하나가 온라인동영상(OTT)사이트에서 영화 1편 보기이다. 자연스럽게 단체대화방은 재미있게 봤던 영화, 미니시리즈 추천으로 이어진다.

유료가입자 수가 2억 명을 돌파했다는 N사. 요즘 그 사이트의 전 세계 1위 시청률을 기록 중인 8부작 시리즈 ‘브리저튼’을 주말에 봤다. 영국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양 사극이지만, 가벼운 사랑 이야기와 현대적인 해석이 가미돼 작품은 유쾌했다.

‘브리저튼’에는 기존 서양 사극에선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 흑인이 영국 여왕으로 등장하고, 남자주인공인 공작을 비롯해 주요 귀족 역할을 흑인이 맡았다. 브리저튼 관람평을 찾아보니, 이런 설정과 관련해 ‘PC를 고려한 과한 설정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의견이 여러 건 보인다.

여기서 나오는 PC는 ‘정치적 올바름’ ‘정치적 공정성’으로 해석되는 ‘Political Correctness’를 줄인 말이다. PC는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에 근거한 언어 사용과 활동을 바로잡는 운동이다. 1980년대 미국 각지 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흔히 사용되는 성차별과 인종차별 표현을 찾아내고 이를 대체하는 단어까지 제시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PC 운동은 이에 멈추지 않고 대학이 서구 백인 위주의 교재를 벗어나 소수 인종 텍스트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수 인종 교수 채용과 학생 모집, 교과과정 개편을 위해 노력했고 나이에 대한 차별, 동성연애자들에 대한 차별, 외모에 대한 차별, 신체 능력에 대한 차별 등 모든 종류의 차별을 반대하는 활동으로 확대됐다.

1980년대 시작된 이 운동은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분야별로 현재 시점에서 진행할 수 있는 실천 방법들을 계속 고민하고 제안해야 한다.

참고로, ‘브리저튼’의 흑인 여왕 설정은 허무맹랑한 상상은 아니고 일정 부분 근거가 있다. 실제 역사 속에서 영국 조지 3세의 부인이었던 샬럿 왕비를 두고 역사학자들 사이에선 “영국 왕조 사상 최초의 혼혈”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녀의 초상화를 보면 피부가 어둡게 표현됐고, 이를 바탕으로 아프리카계 포르투갈인의 후손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