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공 나선 미얀마 군부… 유혈사태 벌어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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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9일(현지시간) 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서 비닐을 덮어쓰고 쿠데타 규탄과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석방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가 지난 6일 이후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야간통행과 집회를 금지하는 등 계엄령을 선포한 군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유혈 사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경찰은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 해산을 위해 이틀째 물대포를 쏜 데 이어 경고 사격을 한 뒤 고무탄을 발사했다. 취재 기자를 포함해 최소 20명이 다쳤고, 2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두 사람 가운데 여성의 머리에는 실탄이 박혀 있고, 남성도 실탄 사격을 당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의료진의 말을 전했다.

경찰, 시위대에 물대포·고무탄
최소 20명 부상, 2명 중태 보도
시민 SNS로 피해 세계에 알려
“실탄 사용했다” 소문도 나돌아
뉴질랜드, ‘국교 유예’ 선언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도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쏘고 물대포와 고무탄을 발사했다. 기자 1명을 포함해 시위대 최소 27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경찰은 또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위치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사를 급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군부의 대응이 거세지자 시민들은 SNS를 통해 피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미얀마를구하라(#SaveMyanmar)’, ‘#미얀마에서벌어지는일(#WhatsHappeningInMyanmar)’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모습부터 강력한 물대포를 맞아 넘어지는 모습, 발포 소리와 비명을 지르는 모습 등을 올린 것이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눈 사진과 이를 확대한 사진, 탄피 사진도 게재됐다. 1988년 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여성의 사진과 2021년 쓰러진 여성의 모습을 비교하는 게시물도 널리 확산됐다.

미얀마 시민들은 SNS를 통해 “미얀마 군·경이 물대포만 쏘는 게 아니라 ‘실탄’을 쏘기 시작했다. 벌써 한 명이 숨졌다”며 “전 세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경찰관들은 시위대 편에 서서 시위대에 힘을 실어줬다.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아웅 꼬 꼬 경위가 전날 수도 네피도에서 시위대에 합류했다. 그는 ‘독재자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타도’를 촉구하는 성명도 발표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중부 마그웨 지역에서도 경찰 5명이 시위대에 참여했으며, 일부 경찰은 미얀마 시민들의 ‘쿠데타 불복종’ 상징이 된 빨간 리본을 달았다. 한 경찰은 “국민의 경찰이 돼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더는 귀를 닫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9일 브리핑에서 미얀마 쿠데타 항의 시위와 관련해 “시위대를 향한 폭력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모든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국민은 표현, 결사, 평화로운 시위를 포함한 집회의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문제라며 간섭하지 않는 다른 아세안 회원국과 달리 필리핀은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대해 이례적으로 “이전 상황을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리핀 정부는 미얀마에 있는 자국민 가운데 귀국을 희망하는 252명의 대피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는 미얀마와의 국교를 유예하겠다고 선언했다. 미얀마 군 지도자들의 뉴질랜드 입국을 금지하고 일부 경제지원책을 중단할 방침이다. 이처럼 군부 세력이 이끄는 미얀마 정권을 고립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내놓은 국가는 뉴질랜드가 처음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오는 12일 특별 회의를 열고 최근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의 인권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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