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893. 덮개와 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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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공영쇼핑이 마스크 수급난 해소를 위해 마스크 100만개를 마진 없이 1천원에 판매한다.’

이 문장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같은 기사가 10여 건이나 나온다. 하지만, 이것들은 엉터리다. 깊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마스크 ‘100만개’를 마진 없이 ‘1천 원’에 판매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을 터. 하려는 말은 ‘개당 1천 원’에 판다는 것일 텐데, 단위를 생략하는 바람에 어이없는 기사가 되고 만 것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챙길 건 챙겨야 한다.

‘…호랑이의 주요한 멸종위협으로 떠오른 개홍역은 1994년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 사자 집단의 3분의 1 가까운 1000여 마리를 사망케 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낱말 하나를 잘못 쓰는 바람에 우스워진 사례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사망(死亡): 사람이 죽음.(그 사람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다들 아시다시피, 사망은 ‘사람’이 죽었을 때 쓰는 말. 그러니 의인화가 아니라면, 사자가 죽은 걸 사망이랄 것까진 없다.

‘임원희는 영화 속 장면처럼 샴페인병 뚜껑을 터뜨리고 싶었지만 늘 막걸리만 마셔온 ‘짠희’ 임원희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뚜껑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던 두 사람은 힘 없이 열린 뚜껑에 깜짝 놀라 코르크 마개를 다시 넣으려 했다.’

이 기사에선 한 가지 물건을 ‘샴페인병 뚜껑/코르크 마개’ 두 가지로 표현했다. 하지만, 둘 가운데 하나는 틀린 말일 수밖에 없다. 뚜껑과 마개는 뜻이 다르기 때문이다. 표준사전을 보자.

*뚜껑: 그릇이나 상자 따위의 아가리를 덮는 물건. =덮개.(뚜껑을 덮다./뚜껑을 닫다./장독 뚜껑을 열다.)

*마개: 병의 아가리나 구멍 따위에 끼워서 막는 물건.(코르크 마개./마개를 따다./마개로 막다.)

즉, 뚜껑은 덮는 것이고, 마개는 구멍에 끼우는 것. 그러니 샴페인병 뚜껑과 코르크 마개는 같은 것일 수가 없다.

‘기안84는 지난 7일 연재한 ‘복학왕 248화 세미나1’ 편에서 청각장애인을 말과 생각 모두 어눌하게 하는 존재로 묘사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이 기사는 ‘어눌하다’를 잘못 썼다. 표준사전을 보자.

*어눌하다: 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하고 떠듬떠듬하는 면이 있다.(말이 어눌하다./종상이는 뭔가 헷갈리는 얼굴로 어눌하게 물었다.<박완서, 미망>)

이러니, 말은 어눌하게 할 수 있어도 생각을 어눌하게 할 수는 없는 것. 그러고 보면 말 한마디, 낱말 하나가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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