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김범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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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란 무엇인가. 전통적인 성공의 개념은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떨치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이 아닌가 싶다. 돈과 권력이 성공의 척도로 꼽힌다.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이가 없다가 한편으로 측은해졌다. ‘성공을 위해 오늘 하루만 참자’ 혹은 ‘선거 때만 허리를 숙이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명절에도 쉴 수 없다. 오늘도 운동화 끈을 조이고 길을 나서는 정치인들의 성공 의지에 때론 감탄하게 된다. 문제는 전쟁에서 늘 이길 수는 없듯이, 그 같은 성공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기업가치가 되레 급등하면서 김 의장의 재산은 10조 원이 넘는다.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다.” 카카오 직원들에게 5조 원이 넘는 규모의 기부 계획을 단체 메시지로 쿨하게 공개했다. 김 의장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라고 한다. 그가 좋아하는 미국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쓴 ‘무엇이 성공인가’에 나오는 내용이다.

<허핑턴 포스트>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우리는 성공을 돈과 권력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제3의 기준이 있어야 성공이 지속가능하다”고 말한다. 제3의 기준은 행복을 의미한다. 워런 버핏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로 나는 성공을 측정한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에게 성공이란 인간관계와 가치 있는 무언가를 남기는 것.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성공은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낳는 것이었다. 확실히 다른 종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모든 인간관계는 거래다’라는 말을 남겼다.

해외에서도 IT 기업 리더들이 자산 기부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주도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재산 90% 기부를 선언했고,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주식 99%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코로나 이익공유제’가 논란만 일으키고 있을 때 나온 사회와의 큰 약속이 반갑다. 김 의장의 모교인 건국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는 김범수홀이 있다. 신입생들은 거기 가면 왠지 그와 동명이인 가수 김범수의 노래 ‘보고 싶다’를 흥얼거린단다. 제2, 제3, 수많은 김범수가 보고 싶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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