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01.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경고, 강태훈 ‘새들은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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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훈은(1975~ ) 정치, 이념, 역사, 철학 등 다각적인 시선으로 사회구조의 문제를 드러내는 작가이다. 그는 시스템의 부조리를 인지하고 그 이면에 도사리는 모순과 부질없는 믿음, 환상을 경고의 메시지로 드러낸다. 오브제. 텍스트, 사진,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강태훈의 작품 ‘새들은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다’는 2010년 부산비엔날레에 출품되었던 작품으로, 사회에서 일어난 문제적 사건들을 상징적 오브제로 구현한 설치작품이다. 텅 빈 새장들과 새들을 모두 잡아먹은 듯한 배부른 고양이 박제, 콘크리트 시멘트 더미, 당시에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연상시키는 물탱크 등 어두운 사회문제를 초현실적 분위기로 연출해 관객을 압도한다. 이렇게 강태훈은 수면 아래로 잠식된 무의식의 실재와 직면하기를 유도한다. 세상의 어두운 이면들을 죄다 모아 상징해놓은 이 붉은 방에서 새들은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다는 현실은 현재에도 유효한 상황이 되었다.

우리는 ‘재난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지금으로부터 몇 가지를 교훈을 배우고 있다. 함께하지 않으면 다 같이 무너진다는 사실이다. 예술가들은 시대의 전환점에서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현시대의 낡은 구조들을 버리고 새 시대를 맞이할 예술가의 상상력은 어쩌면 우리를 구원할지도 모른다. 새들은 목소리를 잃었지만, 예술가는 쉬지 않고 노래한다.

박진희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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